서강대가 박홍 전 총장의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94년 '한총련은 주사파'라는 발언에서부터 북한의 한국통신노조 개입설까지 충격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빚어온 박 전 총장의 과거 행적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서강대 총학생회(회장 곽중현)는 16일 오전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홍 신부의 이사장 취임과 서강 발전'이라는 주제로 오는 19일 토론회를 열자는 제안을 했다. 박 전 총장을 비롯, 학교와 재단, 교수와 학생 등이 두루 참여해 박 전 총장의 이사장 취임 타당성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총학생회가 박홍 신부의 이사장 취임을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실상 총학의 입장은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며 "'그들만의 학생회'가 되지 않기 위해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총학의 공식입장으로 삼기 위해 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는 토론회에서 박 전 총장의 과거 행적을 평가하는 한편 그가 학교 발전에 얼마만큼 적임자인가, 학교 발전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등을 다양하게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막상 총학생회의 속내는 조금 다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는 소위 운동권이 주도하는 총학생회가 회견에서 "우리 입장은 나름대로 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따르기 위해 토론회를 제안한다"라고 말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교수협의회나 교직원 노동조합 내부에도 박전 총장의 이사장 선임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토론회 제안 배경에 대해 "박홍 신부가 운동권내 주사파 발언 등 근거없는 주장으로 물의를 일으켜 왔지만 동시에 서강대 재정난 해소, 분열된 학내 여론의 통합에 적임자라는 기대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견 또한 박 전 총장의 과거 발언과 행적을 문제삼아 이사장 취임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과거 총장 재임시 업적 등으로 미뤄 학교 재정을 살찌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가 사회적 명망가라는 점을 들어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 이 때문에 총학생회의 제안은 분열된 학내 여론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하나로 모아보자는 취지로 일단 풀이되고 있다. 총학생회는 또 토론회와 별도로 이날 오후부터 '박홍 신부의 서강대 이사장 취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귀하가 생각하는 서강 발전의 상은 무엇이냐' 등의 질문을 담은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토론회에서 발표할 계획인데, 총학생회는 만약 토론회가 무산된다면 설문조사 결과만을 갖고 실력행사에 나설 방침이다. 그렇지만 이날 박 전 총장이 "아직 이사장에 취임한 것도 아닌 만큼 토론회에 참가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데다 기말고사와 방학으로 이어지는 학사일정이 앞에 놓여있어 토론회 성사는 아무래도 어려울 전망이다. 총학생회는 현재 학교와 교수협의회, 교직원노동조합 등에 토론회를 제안해 놨으나 공식적인 답변은 듣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