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정2동에 사는 유병희씨(38)는 용승(8)이와 현정(6)이 두 아이를 키우는 가정 주부다. '조기 영어교육' 열풍으로 아이들을 원어민 강사가 있는 영어 학원이나 해외 연수에 보내는 주변의 학부모들이 적지 않지만 유씨는 3년전부터 한솔교육의 영어 방문 학습지 '신기한 영어나라'만 고집해 오고 있다. "처음엔 영어 학원을 보내볼까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요. 웬만큼 유명하다는 영어학원은 다 돌아보면서 프로그램과 수강료도 꼼꼼히 비교해 봤어요. 하지만 막상 결정을 하려니 마음이 안 놓이더군요. 학원에 보내면 내 아이가 뭘, 어떻게 배우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여러 아이들을 한꺼번에 가르치다 보면 우리 아이한테만 신경쓸 수도 없을테고…. 괜히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우다 아이가 스트레스만 받지 않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유씨는 한국 선생님이라도 아이 특성에 맞게 개인지도를 해 주는 방문학습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선 첫 아이인 용승이를 지난 2000년 6월 영어나라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유씨는 "용승이가 수업을 시작한지 1년도 안 돼 웬만한 영어 동화책을 술술 읽어내려갈 정도로 실력이 부쩍 늘었다"며 "이젠 길거리에서 외국 사람만 보면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 정도로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용승이에게 큰 효과를 본 유씨는 작년부터 현정이에게도 영어나라 학습지를 시키고 있다. 영어 방문학습이 유아와 초등학생 영어 교육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영어교육 시장은 약 4조∼5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조기 영어교육 시장만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문 학습지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7천억원 정도. 2조원 안팎에 달하는 영어 학원시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집에서 엄마하고만 생활하던 아이가 학원처럼 낯선 환경에서 또래들과 경쟁하며 전혀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에게 학습을 강요받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우남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 "조기 영어교육은 어린이의 전체적인 발달과 심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영어'만 생각해서는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이완기 서울교대 영어교육과 교수) 등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한국인 지도교사가 집에서 1 대 1 맞춤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방문학습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어 방문 학습은 기본적으로 지도교사가 주 1회 약 15∼30분씩 회원 가정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아이를 한꺼번에 가르치는 학원과 달리 한 아이에게 정성을 기울일 수 있는게 장점이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영어 교육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최지영 삼육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아 영어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영어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방문 지도 교사가 아이를 가르칠 때 엄마가 자리를 같이 하면 아이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학습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습지 업계 1위인 대교의 경우 10년 넘게 방문 학습 프로그램인 '눈높이 영어'(회원수 41만명)를 운영해 오고 있다. 지난 99년 애니메이션 위주의 영어 방문학습 프로그램인 '슈퍼톡톡'을 선보인데 이어 작년 8월엔 인터넷 영어교육 서비스인 '눈높이 화상영어', 지난 달에는 홈스쿨 방식의 영어 토론학습인 '솔루니 영어포럼' 등을 내놓으며 영어교육 서비스를 다양화해 나가고 있다. 유아교육 전문업체인 한솔교육은 놀이식 학습을 접목시킨 '신기한 영어나라'로 12만명의 유아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방문 지도교사 선발 때 원어민이 영어 인터뷰를 할 정도로 교사의 '질'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교원 웅진닷컴 JEI재능교육 등 메이저 학습지업체들도 회화학습에 치중한 '구몬 잉글리시 인카운터즈'(교원)나 '스스로 영어'(재능교육), 영어 동화 읽기를 위주로 한 '키즈 스토리'(웅진닷컴) 등 방문학습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밖에 윤선생영어교실 튼튼영어 등 영어 전문 학습지업체들의 프로그램도 있다. 이방실ㆍ김현석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