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가 주위의 과도한 기대와 성적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에 못이겨 최근 3년간 온전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등판을 강행했음이 심경고백을 통해 드러났다. 박찬호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의 알링턴볼파크에서 현지 특파원들과 만나 올 시즌 부상자명단(DL)에 오른 후 쏟아지고 있는 구단과 지역언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소속이던) 지난 2001년부터 올 해까지 몸에 아무런 이상없이 마운드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작년 후반기에도 팀 분위기상 쉴 수 있는상황이 아니어서 몸이 아픈데도 계속 던졌다"고 말했다. 다저스 시절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허리 부상 의혹에 대해 `문제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해왔던 박찬호가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한 등판을 강행해왔음을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 2001년 시즌 후 5년간 6천500만달러에 텍사스 에이스로 영입된 박찬호의 이번고해성사는 지난해 9승8패(방어율 5.75)에 그친데 이어 올 해에도 1승3패(7.58)의부진한 성적과 이적 후 4번째 DL에 오른 것이 계기가 됐다. 댈러스모닝뉴스를 필두로 한 지역언론은 제 몸값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박찬호의트레이드를 요구하는 등 연일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고 톰 힉스 구단주도 박찬호에대해 서운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박찬호는 더 이상 아픈 몸을 이끌고 마운드에 오르기보다는 부상사실을 고백하고 충분한 재활로 몸을 100% 상태로 만든 뒤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는것이 자신과 팀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텍사스전에 등판했던 후배 서재응(뉴욕 메츠)과 식사를 했던 박찬호가 99년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서재응이 강속구투수에서 기교파투수로 바뀌는데 2년이 걸렸다는 말을 한 것을 봐도 박찬호의 재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9시간에 걸친 정밀 진단에서 몸에 특별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박찬호가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올 시즌을 아예 접고 재활에 전념할 지 아니면 다시 등판을 강행할 지는 박찬호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