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밀이라는 장막을 쳐놓고 뇌물을 주고 받으면서 막상 비밀은 지키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경찰청이 12일 발표한 전.현직 군 장성.장교 6명의 수뢰 사건 수사는 특수수사과 5팀 강순덕(37.여) 경위가 입수한 첩보로부터 시작됐다. 강 경위는 지난달초 A씨로부터 "000씨를 만나보면 군 장성이 연루된 사건 내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귀띔을 받았다. 동종 업체간 갈등의 와중에서 불거진 소문이 전해진 것이었다. 수사는 금방 현대건설 김모 상무보의 뇌물 제공쪽으로 모아졌다. 김 상무보를 체포한 것은 지난 5일. 강 경위는 "체포 직전 김 상무보가 양복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부하 직원에게 건네는 장면을 놓쳤다면 이번 사건은 개인 비리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보가 부하 직원에게 주려고 한 것은 바로 군 장성들에게 뇌물을 건네거나 식사를 제공한 사실을 이름 옆에 일일이 '장군'이라는 직함과 함께 적어놓은 수첩이었다.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감자줄기 캐듯 현대건설의 뇌물 제공 사슬이 드러났다. 강 경위는 "현대건설은 단지 현재 책임을 맡고 있는 장성뿐만 아니라 다음에 책임있는 자리로 갈 사람들에게까지 꾸준히 로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보안을 필요로 하는 군 발주공사 특성상 한 업체가 한번 공사를 맡기 시작하면 해당업체하고만 공사를 하는 특성이 악용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차피 우리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하청 구조상 보안이 지켜지기도 어려운데 '기밀'이라는 장막 아래서 뇌물만 오간 셈"이라고도 말했다. 강 경위는 지난 86년 순경으로 경찰에 투신, 지난 99년 미국에서 제공된 구호품을 빼돌려 병원을 세우려 했던 한 업체를 적발한 공로로 경사에서 경위로 진급하기도 했다. 그는 팀 동료인 장재덕(43) 경사의 공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제보만 있으면 큰사건을 몇 건 더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