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송금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5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최규백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외국환거래법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을 통해 대북송금 실체의 전모를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대북송금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뿐만 아니라 현대와 금융기관 등 경협사업에 관련된 기관들의 합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깊숙이 개입=대북송금 관련자는 모두 14명으로 파악됐다.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과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청와대·국정원 고위 인사들을 비롯 현대와 금융기관 고위 인사 등이 대거 망라돼 있다. 공모자 중에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등이 포함돼 있으며 김보현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국장과 김홍보 김낙풍씨 등도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경림 전 외환은행장과 최성규 부행장,백성기 당시 외환사업본부장 등도 개입돼 있다. 특검팀은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4천억원 불법대출 과정에서 이기호 전 수석과 박지원 전 장관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게 됐다. ◆송금액=대북송금 자금은 모두 4억5천만달러로 잠정 결론지어졌으며 이중 2000년 6월 9일 현대상선의 산은 대출금 가운데 2억달러가 중국은행을 통해 북한측 3개 계좌로 송금됐다. 또 같은달 초순 현대건설의 1억5천만달러가 해외지사를 통해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등지에 개설된 북한측 8개 계좌로 보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6월 9∼12일 사이 현대측이 북에 송금한 4억5천만달러는 그동안 청와대와 현대측이 언급한 5억달러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차이가 나는 5천만달러 중 4천7백만달러는 현물로 평양종합체육관 건립에 쓰이고 나머지는 북한 지도층에 보내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가성 여부=특검팀은 현대측이 북에 송금한 돈이 현대아산이 30년간 독점 취득하기로 한 7대 사업의 대가 명목으로 파악하고 있어 이번 사건의 핵심인 대가성은 현대측과 청와대가 해명했던 대로 '7대 경협사업의 대가' 쪽으로 결론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이번 사건의 처벌 대상은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대출 및 송금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한 사람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 공소장에 따르면 현대아산측은 지난 2000년 5월3일 중국 베이징 소재 모 호텔에서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측과 만나 북한 통천지역 30년 개발독점권,통천비행장 부지 사용권,철도.통신.전력.관광사업 개발운영권 등 7대 경협사업에 관한 잠정합의안을 체결했다. 현대측은 이 대가로 2000년 6월 9~12일 사이에 4억5천만달러를 북측 계좌에 송금키로 합의했다. 이후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에게 송금지시를 내렸다. 2000년 6월8일 김윤규 사장과 김충식 전 사장은 김보현 국정원 3차장의 소개로 국정원 직원 2명을 만나 환전 및 송금을 부탁했다. 이에 앞서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환전 및 송금을 지시했다. 김윤규 사장과 김충식 전 사장은 이어 2000년 6월9일 국정원 직원 2명에게 산은 대출금 중 2천2백40억원과 북한측 수취인 계좌를 건네줬다. 국정원 직원들은 김경림 당시 외한은행장과 최성규,백성기씨 등 외환은행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이 돈을 미화 2억달러로 환전,중국은행 마카오지점에 개설된 북한측 3개 계좌에 송금했다. 현대건설을 통해서는 1억5천만달러가 송금됐다.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전 회장이 2000년 6월초 김윤규 사장과 김재수 본부장에게 북한측 수취인 계좌를 건네주며 1억5천만달러를 북한측 계좌로 송금할 것을 지시했다. 같은달 9일 김윤규 사장과 김재수 본부장은 이중 5천만달러를 현대건설 런던지사를 통해 북한측 2개 계좌로 송금했다. 나머지 1억달러는 현대건설 싱가포르 지점을 통해 북한측 8개 계좌에 분할 송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