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잉."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에 문을 연 '수도권 전자제품 리사이클링센터'. 온갖 기계음으로 가득 찬 이 곳에 40여명의 근로자들이 냉장고와 세탁기를 분해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공장 바깥 쪽의 야적장에는 수천대의 냉장고와 세탁기가 쌓여 있다. "하루에 1천대 가량의 세탁기와 냉장고를 분쇄합니다.한달에 25일 일하니까 연간 30만대 가량의 각종 전자제품이 우리 손을 거쳐 재활용될 겁니다." 현장 책임자인 김성진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사업팀장은 "직원들이 업무에 익숙해지면 더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수도권 리사이클링센터는 '생산업체가 재활용까지 책임지라'는 환경부의 생산자책임 재활용 정책에 따라 삼성 LG 대우 등 30개 전자업체들이 2백억원을 들여 만든 환경설비다. 이 센터가 들어서기 전까지 업체들은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가전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게차는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야적장에 쌓인 냉장고들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았다. 7∼8명이 달라붙어 냉장고에 붙은 모터와 전선 등을 사정없이 뜯어낸다. 이제는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프레온가스(CFC)를 제거할 차례. 냉장고 뒤편에 붙은 콤프레셔(냉매회전기)에 뾰족하게 생긴 'CFC회수기'를 찔러 넣자 CFC가 노즐을 통해 'CFC정제실'로 20초만에 빨려들어갔다. 전자동으로 작동되는 CFC정제실은 CFC를 압축해 보관한다. 김 팀장은 "매년 1만2천kg의 CFC가 이 곳에서 회수될 전망"이라며 "회수된 CFC의 순도가 95%에 달하기 때문에 식품점용 냉장고 등에 재활용될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CFC를 1천1백도 이상으로 가열해 산화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공정은 이제부터 전자동으로 바뀐다. CFC가 회수된 냉장고는 리프트를 타고 파쇄기로 들어간다. 두차례에 걸친 파쇄작업을 통해 냉장고는 1∼2분만에 3∼8mm 조각들로 분해됐다. 형체를 잃어버린 냉장고는 철 구리 알루미늄 스테인리스스틸 플라스틱 우레탄 등으로 분리된다. 각 물질의 무게 차이를 이용하는 첨단 기술이 사용된다. 커다란 유압 호스가 파편에 다가서자 가장 무거운 철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빨려들어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5백20ℓ짜리 냉장고는 25분만에 △철 33.9kg △플라스틱 27.6kg △우레탄 11.4kg △알루미늄 2.0kg △구리 2.6kg △스테인리스 0.1kg 등의 원자재로 변신했다. 철 구리 등 금속제품은 대형 고철상을 통해 INI스틸 등 제철공장으로 옮겨져 재활용되고 플라스틱과 고무는 중소업체들에 건네져 각종 생활용품으로 거듭난다. 송효택 정책조사팀장은 "매년 1만2천t이 넘는 원자재가 재생산된다"며 "환경적인 가치를 환산하지 않더라도 센터가 만드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연간 6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용인=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