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기적(A Dutch Miracle)' 네덜란드에서 만나는 기업인이나 근로자들은 1982년의 노ㆍ사ㆍ정 대타협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82년 이전의 경기침체, 극심한 노사분규 등의 위기를 대타협이라는 사회적 합의로 극복했다는 자부심이다. 대타협 이후 점거농성 및 폭력분규 등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대형 파업은 사라졌다. 한 해 수백건에 달하던 노사분규 건수는 2000년 23건으로 줄어들었다. 한 해에 3백건이 넘는 한국의 노사 현장과는 크게 다르다. 네덜란드의 노조 조직률은 27%로 한국(12%)의 두 배가 넘지만 산업평화는 훨씬 앞서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과도한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잡 셰어링(Job Sharing)으로 고용 안정을 달성했고 파트타이머제를 활성화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1995년 6.9%였던 네덜란드의 실업률은 2002년 3.1%로 뚝 떨어졌다. 이는 비노조원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와 국가 경제를 고려한 노조의 온건합리주의 노선 덕분이다. 암스테르담 상공회의소의 리크 블리커 노무 및 인력담당 팀장은 "노조가 집단이기주의의 늪에 빠진 채 대다수 비노조 근로자와 국민들을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권익만 찾았다면 절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2월 발표한 '노조와 임단협,글로벌 환경의 경제적 효과'라는 자료에서 "대부분 국가의 노조원은 임단협 보호를 받지 않는 비노조원보다 임금을 더 받고 일은 적게 하며 자리를 오래 지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들의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평균 임금격차가 5∼10%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고 선진국 노조들은 자기 몫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파트타이머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과 비노조원의 복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최근엔 일본 등 선진국에서 비정규직 처우개선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노동조합 총연합회의 다나카 유리 국장은 "일본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과거처럼 모든 기업이 임금을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파트타이머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의 임금인상과 복지향상을 공론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용평등화 복지향상을 위한 법제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단시간 유기계약 노동법'이란 이 법안은 기존 1년 단위계약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일정 기간(예를 들면 3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미국에서도 역시 정규직ㆍ비정규직 및 노조원ㆍ비노조원간의 차별 철폐가 화두다. 노조의 조합원 수는 1950년 이래 계속 감소하고 있다. 53년 33%에 달하던 조직률은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3.2%까지 하락했다. 미국 근로자들의 70% 이상이 일과 보수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 노동운동에 참여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게 노조 조직률 하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내 비노조원이 차별받는 경우는 드물다. 노사공동위원회 설치, 노동자 이사회 도입 등 근로자 경영참가로 인한 혜택은 비노조원들에게도 공평하게 적용된다. 미국의 노동자 가운데 파트타이머 파견 임시직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노동인구의 30%로 4천여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노조조직률 하락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노동운동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교사연맹(AFT)에서는 파견사원 등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준노조원' 지위를 부여,회의 참석자격 및 로비활동과 기타 노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있다. 암스테르담(네덜란드)ㆍ도쿄(일본)ㆍ위스콘신(미국)=김홍열ㆍ김형호ㆍ이정호 기자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