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산업자원부 통상 고문변호사로 위촉된 전현희 대외법률사무소 대표(38)는 원래 치과의사였다. 서울대 치의예과를 졸업하고 의사로 활동하다가 사법고시(38회)에 합격,의료전문 로펌을 설립했다. 그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통상 현안을 법률 자문하고 있다. 전 변호사의 특이한 이력은 대학입학때 부터 시작됐다. 중·고등학교 때 줄곧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는 원래 의예과에 입학하기로 집안에서는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학교 선생님이 '의예과'라고 써준 입학원서를 받아든 그는 의예과 앞에 '치'자(字)를 써넣어 '치의예과'에 입학했다. "집에선 난리가 났죠.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는 '서울의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거든요.짜여진 각본대로 살기 싫어서 결단을 내린 것이었죠." 3년동안 월급쟁이 의사 생활을 해오던 그는 어느날 의사를 그만두고 사법시험을 치겠다고 '폭탄선언'을 해 다시 집안을 놀라게했다. "그냥 변화를 추구하는 성격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며 웃었지만 이내 그 사연을 털어놨다. "6년 교제끝에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한 남편(김헌범 서울지검 남부지청 강력부 검사)이 사시 준비한다면서도 공부를 안하는 거예요.그 사람 도서관에 붙잡아 두려고 저도 법전을 뒤적인 게 사시 준비의 계기가 된 거랍니다." 그는 공부 시작 3년만에 합격증을 받았다. 어려움도 많았다. 대학 입학 하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와 두 동생을 '부양'해야 했고 남편 뒷바라지까지 책임져야 해 공부와 과외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 밖에 없었다. 치과 의사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대학 동기들이 부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택한 길이라 후회는 하지 않았단다. "법전에 쓰여있는 한자 해독이 안돼 얼마나 애먹었는지 몰라요.한 페이지 읽는 데 한 시간도 넘게 걸렸죠.창피한 얘기지만 지금도 한자는 잘 못써요." 전 변호사는 국내 최초의 의사출신 변호사란 강점을 살려 후배 4명과 함께 작년에 의료전문 로펌 대외법률사무소를 차렸다. 허구한 날 늦게 퇴근하자 노여워하시던 어머니도 이젠 좋아하신다고 귀띔했다. 어떻게 산자부 통상 고문변호사까지 맡게 됐을까 궁금했다. "사법연수원 시절 통상법을 주로 공부했어요.현재도 외교통상부 산하 사단법인 대외법률연구소의 통상법연구소장을 맡고 있죠." 그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법률자문,산자부 무역위원회 법률자문 경험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엔 통상분야 전문 변호사가 부족하죠.아무래도 국가간 송사(訟事)는 돈이 안되니까 지원자가 없어요.그러다보니 전문성도 달리구요." 그는 "부족한 게 많지만 하이닉스 상계관세 문제,DDA협상 등 중요한 일이 많은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