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특검팀에 소환된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특검조사는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 대출이 이뤄지기 직전 이근영 당시 산은총재에게 부적정한 대출을 지시한 일이 있는지 여부를 밝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검팀은 지난 23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이근영씨가 "2000년 6월3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후속모임과 이후 전화통화에서 수차례에 걸쳐 이기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북경협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어려워지면 대북관계 자체가 지장을 받을 수 있으니 현대그룹에 자금을 대출해 주라'고 했다"고 진술한 내용에 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근영씨가 "이후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같은 취지의 전화를 받았으며, 이기호 수석이 부탁해서 전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 전 수석을 상대로 진위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특검팀은 이근영씨로부터 "이 전 수석의 지시내용을 박상배 당시 영업1본부장에게 검토해보도록 지시했고 현대건설이 아닌 현대상선에는 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이 전 수석에게 보고해 대출이 이뤄졌다"는 진술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 전 수석측은 "당시는 현대그룹에 대한 일시적 금융지원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해 국가경제의 큰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이 이뤄진 것이며 경제수석은 외압이나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검팀은 2000년 8월 엄낙용씨가 산은 총재로 취임한 직후 대우자동차 문제로 가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전 수석으로부터 들었다는 4천억원 대출금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엄 전 총재는 작년 10월 국감에서 "김충식 당시 현대상선 사장이 4천억원 대출금을 못갚겠다고 해 보고했더니 이 전 수석이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걱정마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엄씨는 이어 같은 문제로 만났던 김보현 국정원 3차장도 "우리가 조치할테니 걱정마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전 수석 측은 "국정원 관련 내용을 언급한 일이 없으며 당시 `걱정마라'는 말은 현대그룹이 알아서 할 거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어 특검팀은 이 전 수석과 엄씨간 주장의 틈새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 전 수석이 "경제수석이 개별 기업에 대한 사안을 일일이 다 챙길 수는 없으며 2000년 6월26일 현대건설에 대한 1천500억 지원 및 국정원 관련 부분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구속수감한 이근영씨는 물론 고교동창인 박상배씨, 김충식씨 등과 대질도 검토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