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이 `진상규명 후 사법처리' 방침에서 `진상규명과 사법처리 병행'으로 선회, 이근영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만으로 전격 구속하는 발빠른 사법처리로 송금 실체에 바싹 다가가고 있다. 북송금의 `성격규명'은 최고책임자의 진술과 대북관계의 총체적인 면모를 파악한 뒤 이뤄질 수 있는 거시적인 문제인 만큼 특검팀은 객관적 사실관계 파악만으로사법처리가 가능한 인사들부터 속전속결 방식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근영씨가 구속된 만큼 내주부터는 관련자 기소를 위해 송금보다 대출 관련 부분의 사실관계를 확정짓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관계 및 대북사업의 복잡다기한 측면을 고려하며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특검팀의 부담이 피의자들에게 역이용되지 않도록, 일단 확정된 피의사실에 대해서는사법처리를 망설이지 않겠다는 의도다. 특검팀은 4천억원 대출과정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근영씨를 사흘간 조사하며 대출을 지시한 청와대와 대출을 받은 현대그룹 양측 관계자들의 개입양상과 구체적 정황 등을 모두 파악한 상태다. 이기호 당시 경제수석과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근영 당시 산은 총재에게 4천억원 대출을 지시 또는 청탁했으며 이근영씨는 이를 외압으로 느끼고 현대그룹에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이 `잠재적 피의자'로 보고 있는 박상배 당시 영업1본부장이나 대출만기연장 책임이 있는 엄낙용 전 산은총재도 사법처리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함께 특검팀이 소환을 일주일간 미루며 변론을 준비하고 있는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어떤 진술을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김재수 전 구조본부장 등 현대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도 결정될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주 연이틀 소환조사를 받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도 이번주 다시 소환될예정이어서 국정원이 대출에 개입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당시 국정원의 최고책임자인 임동원씨에 대한 사법처리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검팀의 이같은 `초강수'에는 원칙적으로 주어진 수사기한(70일)내에 수사를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송금배경 등 진상을 효과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전략적인 시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정쟁과 대북관계의 파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부분부터 사법처리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송금실체'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해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