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진행하던 판사가 법정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피고인이나 방청객이 아닌 변호인에게 감치명령을 내리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서울지법 형사7단독 손주환 판사는 22일 오전 서모씨의 사기사건 공판 과정에서 검찰측 증인 백모씨를 신문하던 서씨의 변호인 김모 변호사에 대해 10일간 감치명령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재판부의 이날 감치명령은 증인이 부인한 답변을 마치 시인한 것처럼 전제하고 질문을 이어나가고 조서내용과 다른 사실관계를 사실인 양 유도하는 변호인을 재판부가 제지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판권을 주장하는 재판부와 변론권을 내세운 변호인 사이에 10분 이상 팽팽한 공방이 계속되면서도 변호인의 태도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참지못한 재판부가 법정질서를 앞세워 감치명령이라는 인신구속까지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판사는 "변호인은 법률 전문가로서 피고인의 변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익을 위해 종사하는 자라고 변호사법에 나와 있다"며 "김 변호사처럼 법정에 임한다면 다른 재판을 도저히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감치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감치명령이 내려진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으며 수감직후 3명의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 항고장을 해당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항고장에서 "변론권은 피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권리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번 일은 변호인의 변론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인에게 감치명령을 내린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이는 재판권의 남용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고 반발했다. 법원조직법상 감치명령은 법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재판부 명령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거나 재판부 위신을 훼손하는 사람들을 직권으로 구속하는 제재조치의 하나로, 법원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20일 이내 감치명령이나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