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해 달라. 상당히 달라질 것이고 (노동계의 요구가) 충족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 2월 중순 한국노총을 찾은 자리에서 한 약속이다. 그러면서 그는 "사용자측에 기울어져 있는 사회적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겠다"고 다짐했다. 그후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대통령의 약속대로 1백80도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업의 손배소ㆍ가압류 남용 방지, 평화적 불법파업자의 불구속수사 원칙, 산별교섭 유도 등 친노조 정책이 쏟아졌다. 두산중공업 사태 때는 권기홍 노동부 장관이 직접 개입, 노사 자율원칙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참여정부의 노골적인 친노동계 성향은 노조의 집단행동을 부추기며 산업현장을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주 끝난 화물연대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초기에 법대로 대응했더라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정부가 "그들의 요구에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며 마치 두둔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며 강건너 불구경하다 산업 피해만 증폭시켰다. 지난 4월 철도노조 파업 때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강경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정부가 백기투항을 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법과 원칙은 실종된 채 밀면 밀리는 약한 모습만 드러낸 셈이다. 정부가 갈피를 못잡고 왔다갔다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기업이다. 노사현장에선 지금 자기 몫 찾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시내버스노조가 파업에 돌입했고 전국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투표를 실시한 후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러다보니 기업들은 '내일은 또 어디서 집단행동이 벌어지나'하며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며 보내고 있다. 인기 영합주의적인 친노조 정책이 국가경제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정부도 기존의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노동관계법은 노동계 재계 정부 학계 관계자들이 충분한 토의를 거쳐 만든 제도다. 국제노동기구(ILO) 등으로부터 권고받은 사항을 포함, 노동계가 요구했던 쟁점들을 모두 담아 1997년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개정한 법이다.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만든 노동정책을 참여정부가 문제가 있다며 하루아침에 뜯어고치는 것은 독선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지금 정부는 노사를 상대로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정상적인 정책을 펼쳐 나라 전체를 혼란에서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 ] ----------------------------------------------------------------- 특별취재팀 : 윤기설 노동전문(팀장).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김형호(건설부동산부).이정호(경제부 정책팀) 기자.양승득 도쿄.오광진 베이징.강혜구 파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