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두산중공업, 4월 철도청, 5월 화물연대 파업이 차례로 산업현장을 강타하고 지나갔다. 6월엔 또 무엇이 올 것인가. "이제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정말 헷갈린다"고 한 지방노동청장은 기자와 만나자마자 푸념부터 내놓았다. 그는 "(중앙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도 알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난 정권까지만 해도 불법 집단행동에는 강력 대응한다는 원칙이 살아있었는데 이 기본적인 원칙조차 실종되면서 행정기능까지 허공에 뜰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는 말을 그는 되풀이했다. 무원칙하고 친노조적인 새정부의 노동정책이 파업만능주의를 부추기며 분규를 과격하게 이끌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가고 있다. 온나라 물류망을 볼모로 한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을 비롯 노조의 일방적 승리로 막을 내린 두산중공업, 철도노조 사태 등은 친노조정책이 빚어낸 노.정 합작품으로 볼수 있다. 정부의 친노동계 성향이 가뜩이나 투쟁적인 노사관계에 기름을 부으며 한국을 파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올들어 분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급증했다. 툭하면 벌어지는 불법파업과 집단행동, 협상철만 되면 '투사'로 변신하는 노조원, 협상장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붉은 머리띠와 과격한 구호는 한국의 협상관행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노조는 전임자숫자를 늘려달라고 졸라대고, 사용자는 노조와의 협상을 기피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기 일쑤다. 이런 대립적 노사문화는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으며 기업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다보니 외국투자자들은 기업하기 좋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회복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스위스의 국제경영연구원(IMD)이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을 조사대상 30개국중 맨꼴찌로 평가한 데서 그 결과는 드러난다. 반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은 앞다퉈 협력적 노사관계를 맺으며 기업경쟁력 강화에 골몰하고 있다. 새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 유럽국가들에서조차 투쟁적 노사관계는 이미 옛말일 뿐이다. 네덜란드 스웨덴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 대부분 유럽국가에서 과격분규는 찾아보기 어렵다. 도요타 노사는 올 임금인상률을 제로로 합의했다. 독일에서는 대형 분규를 찾아보기조차 어렵고 노사가 제안하는 임금인상률의 차이가 1%내에 머물러 있는 정도다. 상생의 노사관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화두다. 이제 새로운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대립과 갈등의 구시대적 노사관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산업현장에 생산동력이 생기고 국가경쟁력도 활기를 되찾을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노사,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자'는 시리즈를 기획한 것도 노사 모두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