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면 흔들린다, 집단투쟁하니 먹히더라.' 국내 노동계의 투쟁전략은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인내심 있고 평화로운 노사 자율협상이 아니라 관련 산업을 인질로 잡고 흔들면서 정부를 끌어들이는 '대담한' 노.정협상 수법이 판을 친다. 국가 경제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쳐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올들어 발생한 두산중공업 파업, 철도노조 파업 위기, 화물연대 파업이 이를 잘 대변한다. 협상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물리적 투쟁전략은 새 정부의 노사정책이 친노 성향을 띄며 더욱 빛을 발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철도노조 파업 위기에서 해고자 복직, 민영화 철회, 가압류 및 손해배상청구 철회 등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여준 선례까지 남겼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폐기 처분해 불법 파업→처벌 철회→불법 파업의 악순환 고리를 자초하는 꼴이다. 다음 수순을 뻔히 알면서 악순환을 단절시키지 못하는 사측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노조는 정부와 사측의 그런 자승자박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 과격 노사분규로 이름 높았던 현대중공업에서 최근 한 건의 분규도 발생하지 않은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회사 관계자는 "무노동 무임금 등 법과 원칙을 고수해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은 결과"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등 상급 노동단체 소속 노조들의 갈수록 늘어나는 연대나 동정파업은 또 다른 병폐다. 2001년 대단위 공단지역인 울산에서 발생한 태광산업과 효성의 파업이 단적인 예다. 화물연대도 민노총 산하다. 상급 단체가 어디냐에 따라 분규발생 건수가 급증하고 분규가 과격해지는 현상은 예의주시할 만하다. 지난해 3백22건의 노사분규 건수 중 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2백87건(89.1%)이 발생했다. 이는 전년 1백82건(77.4%)보다 무려 11.7%나 증가한 규모다.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에서는 34건(10.6%)이 발생, 오히려 전년대비 6.4% 줄어 대조된다. 폭력이 개입된 분규도 근절해야 할 고질병이다. 지난해 장장 1백54일의 노동쟁의를 겪은 자동차부품업체 ㈜세원테크의 경우는 하나의 선례다. 당초에는 임금교섭으로 출발했으나 구사대 개입, 노조 간부의 사측 직원 폭행과 이에 대한 사측의 고소.고발 등으로 이어졌다. 비단 육체적 폭력만 폭력이 아니다. 노조의 폭력적 행태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일 기아자동차 노조원들은 사측과 협의도 없이 하루를 무단 휴무해 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무단 휴무로 생산라인이 멈춰서면서 회사는 5백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세계 무대에서 맨 꼴찌로 낙인 찍힌 한국의 후진국적 노사문화는 기업의 대외 신인도마저 해친다. 당장 파업은 해외 수주 등 영업활동 위축과 차질로 이어진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파업기간중 최대 장기 거래선인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으로부터 수주 물량을 취소당하기도 했다. 외국 투자기업들은 예측 불가능하고 지뢰밭 같은 한국의 노사협상 문화에 혀를 내두른다. 디트리히 폰 한슈타인 한.독상공회의소 회장 겸 바스프 한국지사 사장은 "최근 일련의 노사분규와 화물연대 파업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가로막는 행위였다"며 "노조는 법에 규정된 방법으로 파업을 진행하고 예측가능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 특별취재팀 : 윤기설 노동전문(팀장).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김형호(건설부동산부).이정호(경제부 정책팀) 기자.양승득 도쿄.오광진 베이징.강혜구 파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