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개인파산이 늘어나면서 결혼풍속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인생의 동반자 찾기'보다는 '빚에서 탈출하고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편'으로 결혼을 하려는 '생계형'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취업난에다 카드빚으로 개인파산을 당한 젊은이들이 늘면서 급증하는 추세라는 게 결혼상담업체들의 설명이다. 결혼상담업체인 비에나래에는 최근 모 대학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모씨(22·여)가 "부도를 내고 도피중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재력가와 결혼하고 싶다"는 상담을 해왔다. 그녀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강남 서초동의 아파트에서 사글세방 생활로 전락했다"면서 "집안의 재기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학력이나 나이는 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결혼상담소는 "최근 들어선 남성들도 결혼을 경제적인 어려움의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바이오 벤처기업을 경영하다 경기 침체로 도산했다는 일류 공대 출신 채모씨(31·남)처럼 "돈만 많으면 나이 많은 여자라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이 상담소는 전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