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중항쟁 23주년인 올해는 광주를 찾는 여야정치인들이 부쩍 늘었다. 민주당에서 일고 있는 신당 창당이나 한나라당의 당권경쟁, 내년 총선을 앞둔정치적 행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 40대 국회의원의 발걸음은 그들과 달라 보인다. 민주당 신계륜(申溪輪.성북을) 의원. 초선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인사특보를 지낸 그는 국회의원이 되기 훨씬전인 지난 92년부터 12년째 5.18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신 의원은 16일 지역구 당원 및 주민 1천300여명과 함께 5.18묘지를 찾았다. 서울에서 민주당 신.구주류 갈등의 분수령이 될 신당 관련 워크숍이 있는 날이다. 신주류 대표주자 중 한명인 그가 워크숍을 제쳐놓고 광주행을 택한 것은 5.18과의 인연이 그만큼 각별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고 박관현 열사 묘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80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민주성회를 이끌며 5.18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신의원과 같은 반 친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박열사는 전남대에, 신의원은 고려대에 입학했고 80년 둘은 나란히 전남대와 고려대의 총학생회장이었다. 5월 18일, 경찰의 수배를 받던 신 의원은 곧 바로 광주로 내려와 친구 관현이를 찾았다. 그러나 광주에 머물렀던 5월 27일까지도 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 박열사도 경찰의 수배를 피해 다니는 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박열사는 82년 옥고를 치르다 병사했다. 신의원은 "관현이는 고등학교 때도 책임감과 리더십이 강했다"며 "학생회장에 함께 출마해 경쟁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5.18묘지를 찾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며 "친구에 대한 그리움도 있지만 지난 1년을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세를 다지는 계기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인들이 잇따라 5.18묘지를 참배하고 있는 것과 관련 "5.18묘지는 정당,지역, 세대, 정치적 색깔 등을 떠나 누구나 찾아 올 수 있는 곳이며 정치인들의 묘지 참배는 권장할 만한 일"이라는 게 그의 평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5.18 영령들은 신.구주류나 여야를 떠나 참된 개혁이 이뤄지기를 주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