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때문에 모두 잃기만 한 건 아닌 것 같다" 중국과 함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최대 피해지역인 홍콩에 나가있는 한 주재원은 최근 사스 사태에 따른 현지 생활상을 보면서 느낀 소감을 이렇게전했다. KOTRA 홍콩무역관 한상곤 차장은 8일 본사 전산망에 올린 `사스와 홍콩'이라는글에서 "조금씩 사스의 치료경험이 쌓이고 질병의 실체에 다가가면서 홍콩은 점차정상을 되찾고 있다"며 "홍콩인들은 사스가 독감처럼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불편한' 질병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차장은 "엘리베이터 버튼 전체를 투명비닐로 감싼 뒤 하루에도 몇 번씩 소독제로 닦고 비닐을 바꾼다. 퉁풍을 위해 집집마다 창문을 열어 젖히고 창틀, 화장실,부엌, 베란다 청소를 위해 표백제와 청결제가 슈퍼마켓의 인기상품으로 등장했다"며"건강과 위생 관념이 확실히 한단계 올라갔다. 사스가 홍콩에 가져다 준 순기능이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직접 물건을 보고 흥정을 즐기는 중국인 특유의 방문쇼핑이 줄어든대신 인터넷 홈쇼핑이 100% 이상 매출증가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산업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며 소비행태의 변화를 소개했다. 또 "외식이 줄고 건강식단을 즐기는 가정이 늘면서 평균 50% 이상의 급격한 소매 감소 속에서도 주방용품은 오히려 매출증가를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홍콩은 이번 사스 사태로 개인주의가 사회공동체 의식으로 승화됐고, 경기침체 속에서 맞이한 사스란 불청객은 `홍콩은 홍콩인의 손으로'라는 참여의식을갖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 차장은 자발적인 구호활동, 기금모금, 공중위생 청결화, 소비촉진 등을 통해홍콩을 재건하자는 `홍콩 사랑'(We Love HK) 시민운동의 물결도 일기 시작했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