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와 함께 어린이 날이 돌아왔지만 경기부진과 긴 연휴의 여파로 아동복지시설에는 온정의 손길이 줄어 불우 어린이들의 쓸쓸함을 배가시키고 있다. 4일 서울시내 주요 아동복지시설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의 성모자애보육원은 지난달 이후 현재까지 후원금을 보내거나 위로방문한 사람이 예년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보육원 후원담당 김영화(39)씨는 "불경기가 심화되면서 풍성한 선물은 옛말이 됐고, 다달이 1만∼2만원씩 보내주던 후원자들도 `사정이 어려워 후원금을 끊겠다'고 연락해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긴 연휴까지 겹쳐 매년 찾아오던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어졌다"며 "그 어느해보다 우울한 어린이 날을 맞게 됐다"고 한탄했다. 부모가 없는 장애 어린이들을 돌보는 은평천사원도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후원을 중단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올들어 들어온 후원금이 지난해에 비해 10% 가량 감소했다. 은평천사원 관계자는 "어린이 날에 한층 더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 후원가족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준비중"이라며 "아이들의 쓸쓸함이 조금만이라도 옅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남현동의 상록보육원 후원담당 이미령(44)씨는 "지난해만 해도 어린이날을전후해 선물이나 간식거리를 보내주거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올해는 정말아무 것도 없다"며 "아이들이 무척 쓸쓸해 한다"고 전했다. 일선 사회복지시설 담당자들은 "가족과 사회의 사랑을 누구보다 필요로 하는 무의탁 어린이들을 보살피는 온정이 줄어들어 아쉽다"면서 따뜻한 후원의 손길을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