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2일 현대상선의 2억달러가 입금됐던 외환은행 실무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한 결과 '(대북송금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2월14일 당시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전 국정원장)가 "현대측에서 급히 환전편의 제공을 요청해왔으며 국정원은 환전 편의만 제공했다"는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날 대북송금 당시 외환은행 외환사업부장이었던 백성기씨를 소환,이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백씨는 이날 "통상적으로 해외송금을 할 경우 국정원이 송금 편의를 제공한다. 그때도 국정원 직원이 돈을 들고 와서 현대상선이 대출받은 2억달러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백씨는 그러나 '대북송금인지는 알았느냐'는 질문에 "(대북송금이 아니면) 왜 국정원 관계자를 만났겠느냐"고 반문해 국정원과 협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백씨는 "보통 해외송금한 계좌번호나 계좌 주인 등을 파악할 수 있지만 국정원측이 통상적으로 자금 내역 등을 전혀 밝히지 않기 때문에 이번(2억달러 송금)의 경우 사용처나 행방은 모른다"고 밝혔다. 또 "송금액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마카오에 있는 북한의 조광무역상사로 보내진 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제3의 계좌로 송금됐다"고 말했다. 백씨는 '국정원의 누구와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국정원에도 예산담당관이나 지출관 등 은행에 출입하는 담당 직원이 있는데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어 백씨는 "감사원이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당시 26장의 수표에 배서한 인물이 국정원 관계자라는 사실을 (감사원에) 보고했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이르면 3일께 김경림 전 외환은행장을 소환,대북송금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임동원씨나 김보현 당시 대북전략국장으로부터 송금편의 제공을 요청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미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닉쉬 선임연구원은 2일 "현대가 북한에 4억달러 외에 5억달러를 추가로 송금하는 등 모두 9억달러를 지원했다"며 "9억달러 가운데 1억달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치품을 사는 데 썼다"고 주장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