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이 중국을 제외한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지에서 `정점'을 지나 점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베트남은 가장 먼저 전염국 리스트에서 벗어났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28일 밝혔다. WHO는 그러나 중국의 경우 사스 발생이 확산 추세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사스 발병 및 확산을 억제하는 데 중국이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9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가운데 열리는 사스 긴급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에 온 데이비드 헤이먼 WHO 전염병국장은 "중국은 여전히 정점에 도달한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애초 전염국 리스트에 올랐던 나머지 나라들은 매일 추가 감염 사례가 줄어들고 있고 베트남은 추가 감염자가더 이상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WHO는 베트남에 대한 여행자제 권고를 이날 해제했다. 베트남에서는 지난 2월이후 사스 환자가 63명 발생해 그중 5명이 사망했다. 베트남은 감염 사례가 발생한하노이 프렌치병원을 지난 달 11일부터 조기 봉쇄한 조치가 퇴치에 주효했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 8일부터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홍콩과 중국의 남부지역에서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사스 바이러스가퇴조 국면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콩 위생서는 27일 하루 최대 80명을 기록했던 사스환자 발생 건수가 지난 16일부터 30명대로 줄어들기 시작, 25일 22명, 26일 17명으로 감소한데 이어 28일에는일일 통계를 낸 이래 최저치인 14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보건 전문가들은 홍콩이 지난 달 하순 사스확산 제1차 고조기를 통과했으며,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제2차 고조기를 거쳐 이제 퇴조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작년 11월 중순 처음 발생한 사스 바이러스는 겨울과 봄철에 맹위를 떨쳤다"면서 "지금은 동남아 지역의 무더위를 피해 중국 북부지역으로 북상하고있다"고 말했다. 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장관은 "이같은 하향 조짐은 역병과의 전쟁이 결실을낳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전체적으로 통제되고 있지는 않다"고 경계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날 사스 환자 1명이 추가로 숨져 사스 사망자가 22명으로 늘어나기는 했으나 캐나다 등과 함께 사스 발생이 감소 추세로 접어들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헤이먼 국장은 그러나 `사스의 전 세계 확산이 멈췄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면서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사스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에서 사스가 봉쇄되지 않을 경우 그것이 제거될 수 없다는점에서 중국이 사스 해결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28일까지 하루 사이에 203명이 늘어난 3천106명이 감염자로 집계됐으며 사망자는 140명에 달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28일 사스 의심환자 3명이 새로 보고돼 환자 수가 10명에 불과하다. (방콕=연합뉴스) 김성겸 특파원 sungky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