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와 미국의 교실 ] 한국경제신문사는 연초부터 연재한 '10대에게 경제교육을' 기획시리즈를 통해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 한국의 경제교육 현장을 살펴봤다. 학부모들과 일선 교사들의 호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이에 힘입어 현장에서 직접 경제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의 눈을 통해 외국의 선진사례를 살펴보기로 했다.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추천을 거쳐 경복고 정석민 교사와 서초고 박영경 교사가 미국의 선진 교육 현장을 기자들과 함께 둘러볼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보름간 미국 남부 최대 도시인 애틀랜타 일대와 미국 교육의 중심인 텍사스주 일대 초.중.고등학교 경제수업을 직접 참관하면서 한국과 미국 경제교육의 차이점을 몸소 체험했다. ----------------------------------------------------------------- "고등학교 교과서가 대학 전공원서처럼 두껍네요.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모두 가르치려면 시간이 모자라지 않나요? 한국에서는 교사들이 수업 진도를 맞추는데 애를 먹거든요. 거기에 신경쓰다 보니 학생들에게 설명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지난달 20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인근에 있는 스넬빌시 브룩우드고등학교 3학년 경제 수업시간. 서울 경복고등학교 정석민 교사가 짐 오닐 경제 교사에게 경제교과서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다.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다 가르칠 필요는 없어요. 교과서는 학생들이 언제든지 참고할 수 있는 백과사전 같은 것이거든요. 교사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가르치면 되죠." 오닐 교사의 말에 정 교사는 "한국에서도 교사들에게 수업 재량권이 많다면 진도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충실히 수업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정 교사의 생각이 한국의 교육현장에 잠시 머무른 사이 교실 구석에서 한 학생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손을 번쩍 들었다. "한국 학생들은 어떻게 경제를 배워요? 미국 수업과는 많이 다른가요?" "교과 내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렇지만 선생님들이 쓰는 보충교재와 강의 방법은 좀 다르답니다." 교사 특유의 친철함이 밴 목소리로 정 선생님은 대답했다. 같은 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무어초등학교 4학년 사회시간. 미국의 비영리 경제교육단체인 JA에서 나온 자원봉사자 팸 브레차씨가 '현명한 소비자(smart consumer)'를 주제로 강의를 한창 진행중이다. 교실 한 쪽에서 수업을 유심히 지켜보던 서울 서초고 박영경 교사. 종이 울리자마자 브레차씨에게 다가가 "다양한 교육 보조재료 등 수업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고 물었다. 브레차씨는 "자원봉사 차원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하는 수업이라도 학생들이 경제과목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항상 고민한다"며 "특히 경제교육 시민단체와 교육청에는 수업 자료와 방법에 대한 연구가 풍부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순간 박 교사의 머리 속엔 한국의 현실이 떠올랐다. 외부 강사를 초빙하려 해도 이에 흔쾌히 응할 자원봉사자들이 턱없이 부족한게 우리나라 교실의 현주소다. 설령 학교의 허락을 얻어 어렵사리 유명 강사를 모셔오더라도 비디오로 전교생이 앉아서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경제강의가 고작이다. "한국에서도 비영리단체들과 연계된 다양한 교육 보조재료 개발과 자원봉사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데..." 박 교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처럼 미국 교실을 처음 본 한국의 두 교사는 미국의 선진 교육제도와 교육환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동시에 열악한 환경의 한국 교실이 오버랩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 교사 못지 않은 열의있는 한국 교사들과 국내에서도 싹트기 시작한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에 희망을 가졌다. 교사들은 현장에서 미국 교사와 교육 관계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과연 한국 현실에 맞는 경제교육은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동행한 기자와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숙소에서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앞으로 두 명의 한국 선생님들의 눈을 통해 본 미국의 경제교육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애틀랜타=김미리.휴스톤=유영석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