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한국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면 용돈이나 학비를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자녀들이 결혼을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상당수 초등학생들 역시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가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80% 가량은 부모의 유산을 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최근 청소년 경제교육기관인 '데카 코리아'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부모 가운데 94.3%는 자녀들이 대학생이 되더라도 용돈을 줄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자녀가 직접 벌어서 용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답은 5.7%에 불과했다. 대학교 학비 역시 10명중 7명 이상의 학부모가 부담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자녀가 일부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은 25.7%에 그쳤다. 학부모의 이같은 태도는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거나 결혼을 할 경우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90% 이상의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취직하기 전까지는 컴퓨터나 옷을 살 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대답했고 80% 이상이 결혼비용의 상당 부분을 도와줄 생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지어는 아이들이 결혼 후 자녀를 갖게 됐을 경우 손자 손녀의 양육비까지 지원하겠다는 응답도 30%를 넘어섰다.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주부 김진영씨(38)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돈 걱정은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가르친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청소년들의 경제감각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이같은 태도는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10명중 8명의 아이들은 취직할 때까지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싶다고 응답했고 결혼 비용 역시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는 비중이 전체의 76%에 달했다. 심지어는 30대가 돼도 부모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한 아이들이 36.8%에 달했다. 25.0%의 아이들은 결혼 후 자기 아이들의 교육비마저 부모들이 대신 내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부모의 유산에 대한 기대도 커 앞으로 부모가 유산을 물려줄 것이라고 답한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부모의 유산에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나가겠다는 답변은 15.8%에 그쳤다. 초등학생들의 이같은 의존성향은 현실 생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용돈이 부족할 때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45.3%의 학생들이 '그냥 참는다'고 대답했다. 21.3%는 '부모에게 더 달라고 한다', 14.6%는 '친구나 친척에게 빌린다'고 답변했다. '심부름이나 청소 등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해서 마련하겠다'는 비교적 적극적인 대답은 5%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데카 코리아가 올들어 실시한 '서울 어린이 경제캠프'에 참여한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김재원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한양대 교수)는 "대학생중에도 부모의 연봉이나 가계의 지출규모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경제감각은 학생들의 향후 진로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이들의 장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부모라면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시키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