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극적으로 타결된 철도 노사협상은 노조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이날 협상에서 인력충원, 해고자 복직, 민영화 철회, 가압류.손해배상청구 철회 등 핵심쟁점들이 노조 요구대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특히 정부는 민영화방침을 철회하고 '공사화 추진'을 합의문에 명기하지 못함으로써 철도 구조개혁은 상당 기간 늦춰지게 됐다. 노사는 민영화의 대안을 모색키로 했으나 '대안 모색'에 대한 노사 양측의 해석이 엇갈려 향후 구조개혁 추진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철도민영화 어떻게 되나 =철도노사는 철도의 공공성을 감안해 기존 민영화 방침을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키로 합의했다. 또 앞으로 철도개혁은 노조와 충분한 논의 및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키로 했다. 이번 합의문 내용을 볼때 앞으로도 철도 구조개혁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조개혁을 위해선 노조와 대안을 모색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 자체가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고용불안을 느끼는 노조입장에선 어떠한 구조조정 논의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개혁분위기가 조성된 정권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힘들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노사는 이날 합의문에 대한 해석을 놓고 벌써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대안 모색과 관련, 철도청은 이를 운영부문 공사화의 의미로 보고 있는 반면 노조측은 문구 그대로 노사 공동으로 모색하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공사화'가 빠지고 '대안 모색'으로 모호하게 대체된데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가 노조 요구를 대폭 수용함에 따라 이미 국회에 제출한 철도산업과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철도청의 구조개혁이 늦어질 경우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해 국민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고 다른 공기업의 민영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 왜 밀렸나 =철도 노사협상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한 것은 총파업이란 힘의 논리에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엊그제 노동장관회의에서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노조의 파업압력에 당초 방침에서 후퇴,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정부내 친노동세력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4일 '불법파업 엄정대처'라는 내용의 철도파업관련 관계부처회의 결과가 건교부를 통해 언론에 보도됐을 때도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건교부가 대응방향을 잘못알고 있다"며 "개혁이 후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철도 불법파업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노무현대통령 및 노동장관회의 방침과 엇갈리는 것으로 정부 일각의 친노동계 세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김세호 철도청장이 노조와 '불균형 합의'뒤 최종찬 건교부장관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인지 사측은 철도 구조개혁과 관련한 잠정합의문으로 '민영화 대신 공사화 방안을 노사합동으로 모색한다'로 배포, 노조가 당초 합의문과 다르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주요 합의 내용 =철도노사는 철도기관사 1인승무는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족한 인력과 고속철도 개통 준비 인력, 수원-병점간 전철연장 개통 등에 따른 필요인력 가운데 1천5백명을 우선 충원키로 했다. 또 해고자 51명 가운데 45명을 오는 7월 말까지 다시 고용키로 했다. 철도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요구해온 철도 민영화방침은 철회하되 시설과 운영부문을 분리하고 유지보수기능은 운영부문에 통합하는 등의 대안을 공동 검토키로 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