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아흐메드 핫산 즈웨일 박사(57)가 19일 부산대학교(총장 박재윤)에서 명예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벨상 수상자가 국내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즈웨일 박사가 부산대로부터 명예 박사학위를 받게 된 데는 그의 친구이자 부산대 아시아나노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공동원장인 바누 제나박사(미국 웨인 주립대 교수)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 바누 제나 박사는 지난해 11월 원장을 맡은 후 즈웨일 박사를 연구원 상임 고문으로 추천했고 이에 즈웨일 박사는 해외 저명 학자들을 부산대 연구위원으로 영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즈웨일 박사는 지금도 미국에서 연구원을 위한 기금 조성 활동을 펴고 있다. "학위를 받아 큰 영광입니다.이제 부산대와 뗄 수 없는 인연이 맺어진 만큼 한국과 아시아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즈웨일 박사는 나노(10억분의 1m)보다 더 미세한 펨토(1천조분의 1m)로 극미세 과학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다. 그의 연구를 계기로 물질을 관찰하는 인간의 시각이 원천적으로 변화됐으며 바이오산업 발전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평가다. 노벨상 심사위원회도 그의 업적을 '갈릴레오의 망원경'에 비유했다. "연구소는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3~4가지 연구에만 진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소로 거듭나기 위해선 융합기술분야인 생명정보(BIT)기술을 산업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연구인력과 첨단장비를 획기적으로 확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부산대는 리더십을 가진 총장과 우수한 교수진이 있어 첨단분야 연구에 안성맞춤"이라며 "특히 항만을 끼고 있고 기후가 온난해 최적의 연구환경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즈웨일 박사는 한국 정부 및 기업이 나노바이오 분야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마련하는 등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이라크전 등 국제정세와 관련해 "지금 우리는 혼란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용기와 희망이 세상을 변화 발전시킬 수 있다"며 "과학적이며 인본적인 사회만이 이러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털어놨다. 소외계층 돕기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미국 등 10여개국에서 훈장과 포창을 받았으며 출생지인 이집트에서는 최고 국가명예인 나일 대훈장을 받기도 했다. 한편 박재윤 총장은 "국내 처음으로 노벨상 수상자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을 계기로 부산대가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방한,정부와 산업계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 아시아 나노바이오과학기술원 지원방안에 대해 의논했던 즈웨일 박사는 부산대학교와 아시아 나노바이오과학기술원 활성화 방안 등을 협의하고 20일 출국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