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좋은 요즘 얼어붙은 소비자의 마음을 녹이려면 독특한 상품기획력이 생명입니다." CJ홈쇼핑 보석팀의 조주은 대리(30)는 TV홈쇼핑에서 나오는 보석 제품을 스스로 고르는 홈쇼핑 MD(Merchandiser.상품기획자)다. 홈쇼핑 MD는 값싸고 품질좋은 제품을 골라 가격을 결정하고 구매하는 직업. 업계에선 '마당쇠'로 통한다. 상품의 기획부터 구매, 판매, 재고처리 등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책임지고 있어 붙어진 별칭이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쇼핑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던 유통업계에 최근 온라인 쇼핑 열풍이 불면서 홈쇼핑 MD도 덩달아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홈쇼핑 MD로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5백여명. 홈쇼핑 출범 초기만 해도 MD가 다루던 품목은 일부에 한정됐지만 차차 세분화돼 지금은 열쇠고리서부터 1천만원짜리 산삼까지 다양하다. 자체 판매망이 탄탄한 전자제품 같은 대기업 브랜드 제품에 비해 몇 개의 중소협력업체와의 긴밀한 유대관계와 MD의 탁월한 '눈'이 시청자들의 구매 욕구를 결정짓는 보석 시장은 그만큼 홈쇼핑 MD의 능력이 발휘되는 곳. 조 대리는 홈쇼핑 MD가 되기까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전문 보석감정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세계적인 보석감정학원인 GIA 한국 분원에 지원했다. 2년간 노력 끝에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받았지만 자격증만으로 보장되는 것은 전혀 없었다. 조씨는 1년반 동안 묵묵히 서울 압구정동 조그만 보석숍에서 근무하며 소비자들의 생생한 '구미'가 어떤지를 배웠다. "자격증은 필요조건에 불과하지 당장 MD로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예요. 해당 분야 유통시장에서 고객들이 '뭘 원하는지'에 대한 산 경험을 충분히 익혀야 진정한 홈쇼핑 MD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습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