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고양 능곡 지하차도 버스 추락 사고로 일산∼서울 버스들의 과속 난폭운전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매일 출.퇴근 길에 시달리는 고양시민들은 "대중교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겪는 불편이야 이제 이골이 났지만 생명을 위협받는 한심한 처지에서만은 벗어나고 싶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15일 오전 7시 40분께 전날 버스가 추락한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능곡 지하차도위 교차로에는 '언제 대형 사고가 났냐는듯' 서울행 버스들의 난폭운전은 여전했다. 고양경찰서를 지나 샘터2단지 정류장에 잠시 정차했던 버스는 지하차도 우측 경사로를 따라 교차로를 향해 올라가다 신호등이 노란 신호로 바뀌었지만 정지는 커녕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아 순식간에 교차로를 지나가 버렸다. 운이 좋아 사고만 나지 않았을뿐 전날 903-1 도시형버스가 마을버스와 충돌 사고를 내기 직전과 판박이처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버스는 심지어 내리막에서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지하차도가 끝나는 행신초교 정류장 15m 전 자인병원 앞에 이르러서야 서서히 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했다. 도로 위에는 '절대감속'이란 흰색 경구가 선명했지만, 정류장 코 앞에서도 시속 40㎞는 넘어 보였다. 14일 이 곳에서 추락한 903-1 도시형버스는 속도기록계 분석 결과 마을버스 충돌 당시 시속 80㎞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버스도 사고만 나지 않았다면 자인병원 앞에 이르러서는 이 정도 속도였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런 와중에 가끔 승용차도 난폭 운전 대열에 합류했고, 출근 시간이 지나면서는 오토바이들이 자리를 넘겨 받아 직진 차량 사이로 'S'자 곡예를 하는 광경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서울로 출근 또는 통학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고양시에는 이런 위험천만한 광경이 하루종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전 7시∼8시 30분 러시아워 때 '고양시에서도 버스 타기 가장 혼잡한 곳'으로 알려진 행신동 지역으로 버스가 들어서면 70년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정차 통과, 콩나물 시루 버스 등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탄현, 중산, 일산신도시를 돌며 승객을 가득 채운 버스들은 일산신도시 끝인 백석역을 지나면서 전조등과 경적을 울려가며 앞서가는 승용차들을 위협하고 급차선변경을 해가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수색쯤 가면 주차장으로 변하는 탓에 배차 간격을 맞추려면 그나마 덜 막히는 곳에서 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앉아서 가는 조건'으로 요금을 비싸게 받는 좌석버스나 도시형버스로 불리는 일반 시내버스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 문상기(39.고양시 행신동 무원마을)씨는 "러시아워 때는 정류장에 서는 차가 고맙기만 하다"며 "언제 사고날지 모를 콩나물 시루 버스 걱정은 커녕 시간에 늦지 않게 회사에 출근하는 것만도 감지덕지"라고 전했다. 고양시민들은 이런 버스(일산∼행신.원당∼서울)를 두고 그동안 '도로의 무법자'라고 불러 왔지만 요즘 들어 과속 난폭운전이 더 심해지면서 '총알버스'라는 별칭을 붙여 줬다. 최형익(43.고양시 일산구 탄현동)씨는 "가끔 심야버스를 타고 퇴근하는데 승용차보다 더 빨라 불안해서 제대로 잠도 잘 수 없다"며 "횡단보도는 눈치보고 통과, 빨간 불도 그냥 지나치고 급차선 변경은 예사"라고 말했다. 경찰은 "버스들의 난폭, 과속운전은 정말 심각한 수준"으로 진단하고 "업체간 경쟁, 운전사들의 안전의식 부재 등이 근본적인 문제지만 능곡 지하차도 경우처럼 구조적인 문제점도 개선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고양서 관계자는 "지하차도 양쪽 끝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의 잘못된 위치선정이 버스들이 안전한 지하차도를 두고 오르막길∼교차로∼내리막길 운행을 강요,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며 "행신초교 정류장을 서울쪽으로 100m 가량 옮기면 대형사고 예방이 가능하지만 민원과 역민원을 우려해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양=연합뉴스) 김정섭기자 kim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