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3천여명을 넘기며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한국 연예계에까지 영향을미치고 있다. 사스 때문에 손해를 본 연예인들은 중국 드라마 출연이나 공연일정이 예정돼 있던 한류 스타들. 베이징TV(BTV)의 역사드라마 「두항시웨이(獨行侍衛)」로 중국무대에 진출한 바 있는 김민은 최근 두 번째 출연작 「날개」의 제작사 창춘(長春) TV로부터 "사스가잠잠해질 때까지 촬영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음달 중국 현지에서 방송될 「두항시웨이」와 함께 「날개」는 김민의 본격적인 중국 진출작. 게다가 김민은 2~3편 영화의 출연 섭외를 거절했던 터였다. 이달 초부터 중국 드라마에 출연 일정이 잡혀있던 차인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대만의 한 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제목 미정의 이 드라마는 상하이 외곽의 한 도시에서 촬영이 될 계획이었다. 차인표는 최근 프로덕션측으로부터 드라마 촬영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드라마에 캐스팅된 대만, 일본인 연기자들이 중국행을 꺼렸기 때문. 게다가 제작사도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을 감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사스 여파는 공연을 앞둔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는 20일 서울시와 중국 베이징이 공동 개최하는 '서울-베이징 자매 우호도시 체결 10주년 기념 공연'에 출연예정이던 여성 그룹 베이비복스와 쥬얼리, 한류 스타 안재욱이 공연을 취소했다. 또한 오는 4월 말∼5월 초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 3개도시 순회공연을 앞둔 쥬얼리는 취소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며 멤버 박정아의 동남아 CF 촬영도 국내로촬영지를 변경할 계획이다. 베이비복스 역시 6집 발표 이후 추진할 계획이던 중국 순회공연을 당분간 무기한 연기할 예정이다. 반대로 해외 게스트들의 한국 방문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1일 개막한서울여성영화제의 감독특별전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캐나다의 레아 풀감독은 개막을 1주일여 남겨놓고 한국 방문을 취소했다. 독신으로 입양한 딸을 키우고 있는 레아 풀 감독은 이제 갓 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건강을 위해 방한을 취소한다고 여성영화제측에 불참사실을 알렸다. 한편, 현재 중국에서 촬영 중인 「천년호」의 제작사 한맥영화도 혹시 발생할지모를 '불의의 사태'에 대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천년호」의 촬영장소는 사스의 영향권을 벗어난 남동부의 항저우(杭州). 한맥영화의 김형준 대표는 촬영장 주변의 병원을 섭외해 조금이라도 사스의 병세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스태프들은 즉시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ㆍ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