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하모(당시 22세)씨 피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윤모(41).김모(40)씨가 경찰에서 '다른 남자들에게 하씨를 넘겼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들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일단 이들이 살해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킨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이들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밤샘조사에서 윤씨 등은 사건 당일(2002년 3월 6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하씨 집 앞에서 납치한 하씨를 서울 잠실운동장 부근에서 '정사장'이라 불리는 남자 등 3명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진청색 세피아승용차를 몰고 온 정사장 등에게 하씨를 넘기면서 300만원을 건네주었다"며 "이전에 정사장을 4차례 정도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윤씨 등이 납치한 하씨를 정사장이라는 인물이 모처로 데려가 살해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하씨 살해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일단 윤씨와 김씨가 자신들이 받고 있는 납치살인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가공의 인물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공기총을 구입, 김씨에게 건네주고 김씨로부터 공기총을 받아 보관한 혐의로 구속됐다 각각 집행유예로 풀려난 최모(41).곽모(43)씨로부터 밝혀낸 사실과 비교했을 때 이들의 주장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최씨는 사건발생 한달여 전인 지난해 2월 2일 김씨의 부탁으로 공기총을 구입, 김씨에게 건네 주었으며 곽씨는 범행 한달 뒤인 4월말 김씨로부터 공기총을 건네받아 자신의 집에 보관해왔다. 윤씨 등의 주장대로라면 김씨가 최씨로부터 공기총을 넘겨받아 '정사장'에게 주었으며 정사장이 범행에 사용한 뒤 다시 김씨를 통해 곽씨에게 공기총을 보관시켰다는 얘기다. 경찰은 그러나 살인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면서 경찰추적의 중대한 단서가 되는 범행도구를 자신이 직접 처분하지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처분토록 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납치는 자신들이, 살해는 정사장 등이 하기로 돼 있었다면 범행 전후에 이들과의 전화통화 등과 같은 접촉의 흔적이 있어야 하나 윤씨 등이 이 부분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제3인물'의 존재 가능성을 낮게 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1년여동안 해외에서 도피행각을 벌여온 윤씨와 김씨가 체포에 대비, 살인혐의만은 벗기 위해 입을 맞춘 결과로 '정사장'이 탄생한 보고 있으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이들의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