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SK그룹의 부당내부거래 및 분식회계 수사에 이어 비자금 관련 부분을 집중 조사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SK그룹 수사결과 발표후 주가급락 등 경제지표의 일시 악화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검찰이 `비자금'이라는 재벌그룹의 또다른 뇌관을 건드린 것 자체가 다소 뜻밖의 일로 보여진다. 검찰이 당분간 재벌그룹에 대한 수사를 유보할 뜻을 비췄던 것을 감안해 보면 SK 비자금 의혹수사에 나선 검찰이 어느정도 확실한 정황과 단서를 확보하고 있는 것아니냐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그동안 SK 비자금 수사여부에 대해 `확인불가' 입장을 보여왔던 검찰은 11일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금품 수수 혐의로 내사중인 사실을 `시인'한데 이어 이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관련계좌의 자금흐름을 추적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이씨가 지난해 5월과 8월 SK측으로부터 1만달러씩 받은 혐의에 대해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이씨에게 자금이 전달된 시점이 KT 민영화 과정에서 SK텔레콤이 기습적인 KT지분 매입으로 다른 재벌과 시민단체로부터 비난에 시달리고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던 때라는 점에 주목, 대가성 여부를 집중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앞서 SK그룹이 리조트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계열사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단서를 잡고 SK건설 임원을 소환조사하는 등 SK 비자금 의혹을 건드려온 터라 이씨에 대한 내사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SK비자금 수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남기씨 계좌를 뒤지는 것이 아니라 (SK의) 다른 관련 계좌의 자금이동 경로를 추적중"이라고 말해 계좌추적이 특정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SK 계좌에서 흘러나간 자금을 전방위적으로 확인중임을 간접 시인했다. 이런 점에서 SK비자금에 대한 이번 검찰 수사는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계 뿐 아니라 정.관계로까지 번져나가면서 `SK게이트'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이남기씨에 대한 내사 사실을 `마지못해' 공개한 것도 이런 파장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