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장성 4명이 연루된 국방회관 운영수입금 횡령사건은 그동안 군내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상납 커넥션을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국방회관을 `비리회관'으로 전락시킨 관련자들에게 처벌수위가 낮은 법률조항을 적용하는 등 소극적 수사를 벌여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아울러 국방부가 군 복지기금으로 쓰여야 할 국방회관 운영수입금이 4년 가까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갔는데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감사시스템에 대한 수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떻게 챙겼나 = 국방회관 전 관리소장인 서모씨(구속)가 수입금에 손을 대기시작한 것은 99년 5월 국방회관 관리소장을 2번째 맡게 되면서 부터다. 군무원인 서씨는 금전을 취급하는 부서에서는 2년 이상 계속 근무하지 못한다는 내부 규정에도 불구하고 93년부터 5년 넘게 국방회관 관리소장을 지냈다. 이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서씨는 1년 남짓 다른 보직으로 배치됐으나 서씨로부터 모두 7천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된 김모 소장이 근무지원단장을 맡으면서 다시 관리소장으로 영전했다. 서씨가 돈을 챙기는 수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국방회관에서 열리는 결혼식 등 각종 연회행사를 치르면서 손님수를 실제보다 줄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테면 100명분 음식이 나갔지만 장부에 80명분으로 적고 20명분의 식대를 빼돌리는 수법이다. 서씨는 이렇게 한차례에 50만∼500만원을 챙겼다. 합조단 관계자는 "혼주들이 카드 대신에 현금으로 들어오는 축의금으로 음식값을 내고 영수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는 점에 착안해 돈을 빼돌렸기 때문에 꼬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봐주기 수사 논란 = 서씨는 자신을 발탁한 김 전 근무지원단장에게 19개월간 월평균 400만원씩 상납한 것을 비롯해 전.현직 근무지원단장 3명과 참모장 4명에게 수시로 용돈을 바쳤다. 명목은 `부대활동비'로 쓰라는 것이었지만 자신을 감독하는 상관에게 준 돈인 만큼 `잘 봐달라'는 대가성이 포함돼 있어 명백한 뇌물이라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도 "이 경우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합조단은 서씨로부터 돈을 받은 모두에게 횡령 공범 혐의만 적용했다. 이에 대해 합조단 관계자는 "서씨의 범행을 알면서 묵시적을 방조했다고 판단해 일단 서씨의 공범으로 봤다"며 군 검찰의 보강수사 과정에서 뇌물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뇌물죄의 경우 수뢰액이 1천만원 이상이면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수 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10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이하 벌금형이 규정된 횡령죄보다 처벌강도가 세다는 점에서 `봐주기' 수사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내부감사 허술이 비리 키워 = 서씨가 4년가까이 군 장병들의 복지기금으로 쓰여야 할 돈을 곶감 빼먹듯이 챙겼는데도 국방부가 몰랐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지난 2월 초 내부 감사과정에서 국방회관 연회장의 예약인원과 실제 입금액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 사실을 발견하고 서씨를 추궁한 끝에 일부 횡령사실을 자백받은 뒤 장관 보고를 거쳐 합조단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마다 실시하는 내부감사에서 수상한 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비리 가능성이 높은 곳을 수박겉핥기식으로 지나쳤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으로 340여개 기관을 철저하게 감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감사 체제를 보강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