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산한 윤모(33.서울 쌍문동)씨는 전국을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작년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8강 진출이 확정되던 날 아이를 가졌다. 윤씨는 "월드컵 16강전때 안정환 선수의 골든골이 터지는 순간 터져나온 이웃주민들의 환호성 때문에 잠에서 깬 뒤 남편과 함께 기뻐하다 그만 아이를 갖게 됐다"며 "월드컵의 기운을 받아 우리 아이가 훌륭하게 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일 시내 산부인과 병원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월드컵때 한국팀의 잇따른 승리로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사랑을 나눴던 부부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H대 병원 산부인과의 경우 지난 2월의 분만건수는 82건이었지만 3월에는 96건으로 14건 늘어났고, 이달들어서는 6일동안 20건의 분만이 이뤄졌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이달들어 일손이 달려 정신이 없을 정도"라며 "출산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월드컵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Y대 병원 산부인과의 한 레지던트는 "3월과 4월의 분만건수가 급증했다"며"주기상으로 봤을 때 월드컵때 임신된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분만이 하루평균 1∼2건에서 3월 이후 6∼7건으로 급증했다는 서울 쌍문동 E산부인과 간호사 문모(41)씨는 "아이를 받다가 다른 환자를 돌봐야 할 정도로 바쁘다"며 "월드컵의 기운을 받았는지 신생아들의 건강상태가 모두 좋아 일하면서도 신이난다"고 전했다. 그러나 '월드컵 베이비'가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 중계동 S산부인과 원장 강모(36.여)씨는 "월드컵때 분위기에 휩쓸려 뜻하지 않게 임신한 10대 미혼모도 적지 않다"며 "월드컵때 임신한 뒤 자신의 몸에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있다 부모와 함께 찾아온 미혼모 3∼4명을 최근 분만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 미혼모 문제를 거울삼아 성교육이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