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전공교육조차 제대로 안되는 학부제라면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동국대를 불교와 생태학을 접목시킨 '불교생태학'의 본산으로 키우려고 합니다." 홍기삼 동국대 총장(62)은 국내 대학교육이 정상화되려면 학부제로 인한 학력저하를 바로 잡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총장은 "학부제가 폭넓은 학문을 배우도록 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기초적인 전공교육도 제대로 못시키는게 현실"이라며 "앞으로 학내 의견수렴을 통해 학과 중심으로 바꿔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신 '전학'과 '전과'를 최대한 허용해 학문간 교류 기회를 넓히고 졸업시험도 부활시켜 내실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입시 수시모집도 문제로 지적됐다. 홍 총장은 "수시모집으로 고3생들의 재학중 입학이 가능해지자 고1.2때부터 입시 준비에 매달리는 학생이 늘어 고교 교육이 황폐화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다른 대학 총장들과 의견을 나눠보고 교육부에 수시모집 폐지도 건의해 볼 작정"이라고 밝혔다. 수험생 숫자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 발생한 신입생 모집난에 대한 해결책으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교, 한국학, 한의학 등 동국대가 그동안 특성화해온 학문영역을 집중 육성하고 그대신 유사 학문들은 통.폐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향후 동국대의 발전 방향에 대해 묻자 그는 "오는 2006년 학교설립 1백주년을 맞아 '인간을 존중하는 가치관을 지닌 최고의 불교대학'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국대를 '불교생태학(Budecology)의 본산'으로 만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동국대의 건학 이념인 '불교'와 환경및 생명을 존중하는 '생태학'은 맥락이 비슷한 만큼 둘을 접목시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불교생태학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일차적으로는 자연.사회.인문과학 등 기초분야와 생명.유전공학 등 실용분야간 공동 연구를 맡을 중심연구소를 만들고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학술대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