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탑승.예약률이 격감하는 가운데 유라시아 일부 노선의 경우 중동에서 멀리 벗어난 임시항로로 우회하는 바람에 운송비용이 늘어나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그동안 유럽행 화물편(주 13회)은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를 거쳐 유럽으로 갔으나 지난 20일부터 러시아 시베리아 영공을 통과해 곧바로 목적지로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 이종욱 차장은 "러시아 항로는 기존 항로보다 거리가 짧아 왕복 화물운송 시간이 3시간 가량 단축돼 화주들에는 이익"이라면서도 "타슈켄트를 경유할 때는 그 곳에서 유럽까지 가는데 필요한 기름을 넣으면 됐지만 우회항로를 이용하면 인천에서 유럽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양의 기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화물을 적게 실을 수밖에 없어 항공사에는 손해"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는 전쟁이 길어져 기름값이 다시 오르는 상황을 가장 겁낸다. 아시아나항공 조영석 과장은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뛰면 연간 3백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라크 전쟁이 터진 후 탑승률과 예약률도 계속 추락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이달 일일 평균 국제선 탑승률은 평균 70%선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까지 국제선 예약률도 16%포인트 하락해 74%에 그치고 있다. 4월 예약률은 7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항공 이 차장은 "탑승률이 10% 떨어지면 매출 손실액은 월 3백95억원에 달한다"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많이 오른데다 기름값 부담도 늘어 9.11 테러 이후 가장 힘든 시기"라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들어 중국을 제외한 전구간 탑승률이 6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이런 상황은 범세계적인 것으로 국제항공운송연합(IATA) 지오바니 비시나니 최고경영자는 지난 22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항공업계 회의에서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우회 운항 등으로 세계 항공사들의 적자가 추가로 1백억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시나니 최고경영자는 지난 9.11 테러 사태로 항공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전세계 2백73개 항공사가 무려 3백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왔으나 이번 전쟁으로 적자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효율성 제고를 위한 항공사들의 합병과 해외 자금 조성 활동을 허용해야 하며 항공업계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이라크 전쟁으로 세계 항공업계는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할 전망이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