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남자근로자가 여자보다 더 힘든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남녀간 임금을 차별지급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와 노동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20일 남녀근로자에게 임금을 차별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타일제조업체 H사 대표 정모씨(61)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취지에서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은 무거운 원료나 기계를 운반하는 남자근로자들의 노동과 청소나 잉크 보충 등을 하는 여성근로자의 일은 똑같은 가치의 노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동일가치노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타일회사의 공정은 남녀 모두 같은 연속작업 공정에 배치돼 협동작업을 했다. 남자의 경우 유약을 실은 컨테이너를 운반하거나 라인에서 발생하는 파지를 손수레를 이용해 나르는 작업을 했다. 여자 직원은 스크린상의 잉크를 보충하거나 스크린판 청소, 컨베이어 이동시 발생하는 타일제품의 불량품 표시 등의 일을 담당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고인 회사의 경우 남자근로자가 여자에 비해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노동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근로자의 작업이 일반 생산직 근로자에 비해 특별히 고도의 노동강도와 기술 등이 요구된 것은 아니므로 남녀간 임금의 차별지급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지난 95년6월부터 97년3월까지 남녀 근로자간 학력.경력.기술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데도 남자근로자 일당을 여자보다 2천원 높게 책정해 임금을 줬다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