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박영관 부장검사)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로 압송해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국세청 등을 통해 모금된 166억7천만원 가운데 이씨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있는 117억여원에 대한 모금 경위, 모 건설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5천만원을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한 뒤 20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씨는 미국 도피후 4년7개월만인 이날 오후 4시47분께 검찰 수사관 3명의 호송 아래 대한항공 KE038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대기중이던 검찰 호송차를 타고 곧바로 서울지검 청사로 압송됐다. 이씨는 공항 도착직후 기자들에게 "평생 공직자로 일하다가 사려깊지 못한 판단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모든 것은 검찰에서 다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가 시차적응을 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을 준 뒤 밤샘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씨가 97년 9∼10월 4차례에 걸쳐 서상목 전 의원에게 건네준 30억원과 같은해 11∼12월 이회성씨가 3∼4차례에 걸쳐 당시 김태원 한나라당 재정국장에게 제공한 40억원의 모금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도 집중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특히 이씨를 상대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후원회 조직인 `부국팀'이 대선자금 모금을 공모했는지, 이 전 총재로부터 모금관련 내용을 지시받거나 이를 이 전 총재에게 보고한 적이 있는지 여부도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체포시한인 48시간 이내에는 이씨 관련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할 방침이며, 어느 정도 조사결과가 나와야 전반적인 `세풍' 관련 수사계획을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대검 연구관 시절 중수부의 `세풍'수사 과정에 참여했던 이충호 대전지검 특수부장을 파견 형식으로 지원받아 주임검사로 임명했으며, 이두봉 서울지검 특수1부 검사를 투입하는 등 수사팀을 보강했다. 이씨는 98년 8월 검찰의 동아건설 재산해외은닉 수사과정에서 동아건설이 임채주 국세청장의 요청으로 한나라당에 대선자금 5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자 같은달 22일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됐으며, 작년 2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검거돼 그동안 범죄인 인도재판을 받아왔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