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교원 웅진 재능 등 국내 주요 학습지 업체 오너들이 신흥 부호로 떠올랐다. 최근 대주주 지분정보 제공업체인 미디어에퀴터블(www.equitable.co.kr)이 국내 기업인과 직계비속의 보유주식을 바탕으로 재산을 추정한 결과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일가가 보유한 재산이 모두 5천61억원으로 '2003년 국내 부호 일가'에서 7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일가(4천9백46억원·8위),SK 최태원 회장 일가(4천7백2억원·9위) 등을 제친 순위다. 이밖에 교원그룹 장평순 회장 일가는 2천7백25억원으로 15위를,JEI재능교육 박성훈 회장 가족은 1천2백78억원으로 45위,웅진닷컴 윤석금 회장의 경우 1천2백3억원으로 48위를 각각 기록했다. 학습지 업계 '빅4'일가 모두 1천억원 이상을 가진 대부호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교육산업이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학습지 시장은 현재 연간 4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빅4의 회원 수와 매출액만 따져도 약 5백47만명,1조8천억원에 달한다. 학습지 산업은 우선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현금거래가 기본이어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이런 산업상 특성 외에도 학습지 업체들이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데는 크게 두 번의 전기가 있었다. 1980년 7월 내려진 과외금지 조치와 97년 말 외환위기다. 80년대 이전 학습지 지도방식은 그룹 과외식이었다. 과외금지 조치로 학습지 역시 금지 대상에 걸렸고 대교(옛 한국공문수학연구회)는 회원 수가 10분의 1로 곤두박질치는 등 사업 자체가 존폐기로에 서게 됐다. 하지만 회원지도 방식을 가정방문식으로 과감히 전환,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교육열은 높은 데도 과외를 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자녀들에게 학습지 1∼2개씩을 보게 하려는 학부모들이 많아져 회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후발 학습지 업체들도 과외와 학원의 틈새시장을 파고들며 회원들을 모집,업계 전체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외환위기 때는 과목당 월 3만원 안팎인 저렴한 학습지를 찾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 가계에 부담이 큰 학원이나 고액 과외는 끊어도 학습지는 웬만해선 포기하지 않기 때문.구조조정 등으로 실직자가 증가하면서 능력과 실적에 따라 보상을 받는 학습지 교사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도 큰 변화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학습지 교사는 주로 30∼40대 주부들이나 하는 부업 정도로 여겨졌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미혼여성부터 남자들까지 도전하는 전문직종으로 자리잡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 가파르게 성장하던 학습지 업체들도 2000년 들어서부터는 한풀 기세가 꺾이고 있다. 김기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90년대까지만 해도 회원 수 기준으로 연간 20% 안팎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2000년 들어 10%대로 꺾인 후 작년엔 7% 성장에 그쳤다"고 말했다. 주요 대상 고객층인 12세 이하 아동 절대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학습지 보급률이 65%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학습지 업체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작년 말부터 유아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부분 학습지 업체들의 회원은 초등학생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회원 수 2백40만명으로 업계 1위라는 대교도 유아 회원 수는 7만여명에 불과할 정도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아직은 성장여력이 남아 있는 유아쪽 회원을 늘리기 위해 잇달아 새로운 브랜드와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