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분신사망을 계기로 악화일로로 치닫던 두산중공업 사태가 발생 63일만에 정부의 적극 중재로 타결됨에 따라 춘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두산중공업 사태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된데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시각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두산의 노사 당사자 뿐 아니라 전체 노동계와 경영계의 큰 관심을 끌어왔다. 타결 결과를 놓고 보면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말해 노조측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두고 노동부가 지난달 24일 제시했던 중재안과 비교해 보더라도 조합원 개인의 가압류.손배소 문제가 모두 풀렸고 핵심쟁점이었던 해고자 5명 복직, 지난해 파업기간 무단결근 처리로 인한 임금순손실분 50% 지급 등의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두산중 사태는 당초 노조원 분신이란 특별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조원들의 동력이 상당히 떨어진 가운데 집회와 시위가 상급단체 주도로 진행되는 등 노조측의 절대 열세로 평가됐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사 세력 균형을 강조하고 SK 부당내부거래 조사 등의 외적인 변수가 생기면서 노조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결과를 낳았다. 두산중 사태가 이처럼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해결됨으로써 올 춘투에서 당분간 노조의 목소리가 탄력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불법파업이나 전국적인 규모의 총파업 등은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일로 정부가 '노동자편에 기울어 있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에 일선 사업장 노사 협상에서 사용자 보다는 노조측의 목소리가 힘을 받게 됐다. 매년 춘투를 주도해 온 민주노총이 올해 노동계 현안인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제도개선 등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고 있어 적극적인 노-정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일단 상반기에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주5일 근무제 투쟁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로 하고 노-사-정, 노-정, 대국회 협상을 통해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관철시켜 나가는 동시에 일선 사업장에서 임단협 요구사항으로 주5일 근무제를 내걸고 정부와 사용자측을 압박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민주노총은 특히 DJ정부 5년간 지나칠 정도로 정부와의 관계가 악화돼 장외 투쟁에 주력함으로써 대안 마련 등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따라 수감중인 단병호위원장이 다음달초 나오는대로 투쟁과 협상을 병행해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개별사업장의 노사관계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선례를 남긴데다 이로 인해 일부 강경한 노조들이 향후 벼랑끝 전술을 시도할 가능성을 열어둔 점 등은 이번 두산중 사태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측의 산별교섭 거부로 노사대립이 시작됐지만 협상 과정에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전면에 등장, 합의타결의 주체가 됨으로써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산별교섭 수용이나 기본협약 체결 등의 문제가 노사간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새 정부의 첫 노사관계 시험 무대였던 두산중 사태가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해결됨으로써 당분간 탐색과 협상 위주의 노-정관계가 예상된다"며 "무엇보다 지난 5년간 장외에 머물러 있던 민주노총이 새 정부를 상대로 협상과 대화에 무게를 두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