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대통령과 평검사간 공개대화와 뒤이은 김각영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이후 검찰은 10일 검사장급 간부들의 잇따른 사의표명 등으로 극심한 내부진통을 겪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일선 검사들은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향후 전개될 사태추이와 지휘부 구도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0...대검은 김 총장에 이어 일부 고위간부들이 잇따라 사의표명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침통한 분위기 일색이었고 이날 오후 4시 김각영 총장의 퇴임식에 참석하러온 간부 검사들도 위기소침한 기색이었다. 특히 김 총장이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검찰 수뇌부가 새 정부의 불신을받고 있고 인사권을 통해 수사권을 통제하겠다는 새정부의 의사를 확인한 만큼 총수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퇴결심 배경을 밝히자 일부 검사들은 눈을 감고 만감이교차하는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김 총장은 "정치권으로부터 진정으로 독립한 검찰상을 세워달라"고 호소하면서목소리를 높여 격앙된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 김 총장은 퇴임식후 늘어선 검찰 간부 및 직원들과 담담하고 굳은 표정으로 20여분간 일일이 악수를 하고 1층 현관으로 내려와 80여명의 간부들과 기념촬영을 한뒤 승용차를 타고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말을 남긴채 대검 청사를 떠났다. 0...강직한 성품으로 검찰내 신망이 높은 김원치 대검 형사부장이 `검찰인사 개혁의 정체성에 관하여'라는 글을 통해 새 정부의 검찰인사방침을 정면으로 비판, 일선 검사들의 시선을 끌었다. 검사들은 김 검사장의 글이 내부통신망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접속을 시도, 조회수가 순식간에 수백건을 넘어섰고 `낙락장송이 기울면 우리같은 못다핀 꽃들은 어찌합니까' 등 김 검사장 퇴임을 만류하는 답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 검사장은 "최근 상황을 지켜보면서 마음의 사표를 쓴 지 오래"라며 "그럼에도 아직 남아있는 것은 결코 정치권력에 빌붙어 구걸하지 않았고 따라서 나 자신을개혁대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0...대통령과 검사간 공개대화 이후 대검 홈페이지(www.sppo.go.kr)에는 평상시시간당 500명 내외였던 접속자가 시간당 5천여명으로 폭주하는 바람에 시스템 속도가 급속히 느려지면서 다운 일보직전까지 갔다. 대검은 직원 4명을 투입, 시스템이 다운되지 않도록 밤샘작업을 했지만 게시판에 접속하기 위한 사람들이 평소보다 워낙 늘어난 탓에 역부족인 상황이라는 것. 0...이날 오후 서울지검 24개 부서의 수석검사들이 모임을 갖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사태에서 중요한 축으로 부상한 평검사들의 움직임과 관련, 비상한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은 불필요한 오해를 피한다는 차원에서 모임을 돌연 취소해 향후 평검사들의 집단 움직임이 물밑으로 잠복하면서 진정국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선 검사들은 모임 취소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모여 총장 사퇴가 몰고올 검찰내 영향과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에 대한 하마평을 화제로 올리며 새로 구성될지휘부 구도에 관심을 보였다. 0...강금실 법무장관은 이날 오후 각 실.국을 순시하는 도중 기자실에 들러 "내가 너무 말을 많이해서는 안된다. 노코멘트"라면서도 향후 인사방향의 일단을 밝혔다. 강 장관은 "사실 이번 인사안은 매우 보수적인데 외부에 잘못 알려져 있다"며 "내부 신망이 두터운 분을 총장으로 모시겠다"며 파격인선에 대한 우려감을 불식시키려 애썼다. 강 장관은 김각영 총장과 사전에 인사 관련 협의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두사람간의 얘기가 다르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두 사람만 얘기한 것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나중에 얘기가 달라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조계창 류지복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