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 김각영 검찰총장의 사퇴는 사실상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들과의 공개대화에서 "검찰 상층부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며 직접화법으로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총장의 '낙마' 배경은 취임 초부터 '대선용 임시총장'으로 간주돼온 현실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어쨌든 김 총장의 사퇴는 검찰 수뇌부가 새 진용으로 짜여지는데 또하나의 충격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0일께로 예정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도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후임 검찰총장으로는 내부에선 송광수 대구고검장과 명로승 현 법무차관(사시 13회)이, 외부에선 이종왕 변호사(전 대검중수부 수사기획관) 등 재야인사가 거론된다. 누가 되든 검찰수뇌부 물갈이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김 총장과 사시 12회 동기인 3명과 사시 13회 1명 등 고검장급 4명이 사퇴한 상태다. 고검장 자리는 공석중인 대전고검장까지 포함하면 5자리가 비어 있다. 법무.검찰내 검사장급 이상 간부는 사시 18회 일부까지 진출했다. 고검장.검사장은 물러난 김각영 총장까지 합해 모두 41명. 이중 사시 15회 이상은 25명이다. 따라서 16회 일부가 고검장으로 승진하면 15회 이상의 고검장 누락자의 거취가 주목된다. 검사장급 이상에서 절반 정도인 최대 20명 이상의 대폭적인 물갈이도 예상된다는 얘기다. 지난 6일 법무부가 검찰에 통보한 서열과 기수를 파괴하는 파격적인 검찰인사안에는 사시 14,15기 각 1명씩, 16기 2명이 고검장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돼있다.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지검장에는 사시 16회나 17회 인사가 거론되며 대검과 법무부의 주요보직에도 사시 17회 이하 인사들이 물망에 올랐었다. 검찰간부 물갈이의 배경에는 사퇴한 김 총장을 비롯한 일부 고위간부들이 새 정부의 개혁 방향이나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김 총장은 '이용호 게이트' 사건 당시 서울지검장을 지내 '게이트 연루 인사'로 지목됐고 작년초 인사에서 대검 차장에서 부산고검장으로 전보됐었다. 김 총장은 지난달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서는 노 대통령의 '임기 보장' 약속을 받고 나름대로 개혁 작업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 총장이 적극 주선해 창설한 평검사 회의가 결국 김 총장의 낙마를 가져온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하게 됐다. 김 총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퇴임식을 가지기 전 퇴임사에서 "검찰 간부 등에 대한 신분 보장과 함께 투명한 인사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