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이끌 윤덕홍 신임 교육부총리의 취임과 함께 향후 교육정책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취임과 동시에 윤 부총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고 초.중.고교는 공공성을, 대학은 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교육정책을 펴겠다"며 개혁을 예고했다. 그가 "무조건적인 지원보다 지방산업과 연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특성화 계획을 마련하는 지방대부터 선별지원해야 한다"고 밝히자 지방대들이 특성화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CEO가 만난 모교총장, 이번에는 '특성화를 통한 지방대 육성'을 주제로 두재균 전북대 총장과 심영섭 우림건설 사장이 만나 대담을 했다. ----------------------------------------------------------------- ▲ 심영섭 사장 =지난 2월11일 전북대에서 대통령 당선자와의 지방순회토론이 열렸죠.지역간 균형발전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갔다고 하던데요. ▲ 두재균 총장 =새 정부가 제시하는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이 '지방대학 집중육성'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즉 지역이 살아야 대학이 살고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것이겠죠. 정부가 꾸준히 지원해 주고 대학이 자발적으로 변화한다면 올해 입학하는 학생들이 졸업하는 4,5년 후에는 지방대 현실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심 사장 =새정부의 지방발전전략에 따라 대학마다 특성화 전략을 세우고 있는데요. 전북대는 어떤 묘안을 짜내고 있나요. ▲ 두 총장 =앞으로 지역특성화 대학이 되기 위한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그러나 지방대 특성화 이전에 우선 대학간 서열화가 사라져야 합니다. 학벌주의만 부추기는 '대학'서열화 대신 전국 2백여개 대학의 '전공별 서열화'를 통해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겁니다. 전북대는 이런 전공특성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총괄하는 '발전기획본부'를 이미 만들었죠. 강준만 교수가 담당하는 신문방송학과와 같은 경쟁력있는 학과들이 많지만 앞으로도 발전기획본부를 통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전북대는 자동차부품, 생물벤처와 식품산업, 영상산업 등 전북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특성화 전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죠. 올해 5월 전북대 총장배 자동차경주대회를 개최, 자동차관련학과를 지역산업과 연계.육성할 계획이며 10월말께 국제발효식품축제와 발효관련 학술대회를 열어 비즈니스와 BT(생명과학) 분야를 특성화할 생각입니다. ▲ 심 사장 =건설업은 이전처럼 하드웨어에 치중하기보다 첨단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지식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죠. 이에 따라 대학과의 공동협력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전북대도 건설학과의 경우 교수와 학생들이 직접 건설관련 기업과 협력해 연구비를 지원받는 등의 산학협력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두 총장 =맞습니다. 지방대가 살아나려면 지역산업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산학협력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전북대는 현재 나노과학기술센터, 창업보육센터, 바이오식품센터, 자동차금형기술혁신센터 등을 통해 산학협동을 하고 있습니다. ▲ 심 사장 =산학협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학과별로 기업체 인턴십 과정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과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학생들이 생생한 현장교육을 받도록 한다면 취업에도 많은 도움이 될 텐데요. ▲ 두 총장 =좋은 지적입니다. 그동안 국내 대학들은 현장교육을 소홀히 해왔죠. 앞으로는 대학도 과감하게 기업이 필요로 하는 현장위주의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졸업생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도 실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식인과 지성인을 동시에 양성할 수 있도록 저학년때에는 학문연구를, 고학년때는 현장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학년과정에는 기업이 원하는 커리큘럼을 구성해 맞춤형 교육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심 사장 =한가지 덧붙인다면 최근 신입사원 면접에서 대졸자들을 보면 자신감과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에서 이런 심성을 교육시킬 수는 없을까요. ▲ 두 총장 =전북대에서는 학생생활연구소를 통해 취업에 필요한 인성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죠. 앞으로는 취업전문가를 초빙해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아울러 신입생대상의 특강이나 각 단과대별 취업특강에 모교출신 중에서 성공한 기업CEO들을 초청해 학생들이 살아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 심 사장 =매년 대학신입생들이 줄어들면서 일부대학에서는 정원도 못채우고 있다고 하던데요. 전북대는 어떤가요. ▲ 두 총장 =전북대는 올해 정시모집결과 3.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죠. 아직까지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전북대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꾸준히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복지와 취업률을 향상시키는 등 대학의 브랜드파워를 키워 나가야겠죠. 이와 함께 전북대는 앞으로 정시모집에서 80%만 뽑고 20%는 모든 대학들의 모집이 끝나는 시기에 추가모집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차별화된 모집전략도 세우고 있습니다. ▲ 심 사장 =최근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의 80%가 의대나 법대를 선호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편중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에서 학과별 성공모델들을 제시해 학생들이 학과선택이나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두 총장 =그렇습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실용학문에 너무 몰리는 것 같아요. 이공계 기피와 같은 왜곡된 현실이 빚어내는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정부와 대학, 사회가 나선다면 바로잡힐 거라 생각합니다. ▲ 심 사장 =우림건설은 올해 창업 20주년을 맞아 프로젝트 기획에서 설계.시공.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종합건설서비스 회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학도 앞으로 국제화를 위한 많은 대비가 필요할텐데요. ▲ 두 총장 =전북대는 지난 99년부터 '외국인장학생연구제도(IFRP)'를 통해 해마다 세계 각국의 인재 20여명에게 학비와 기숙사를 지원하는 등 외국학생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왔습니다. 지난번 지방순회토론에서 전통문화가 발달한 전북지역의 특성을 살려 이 지역을 '대학생 국제협력지구'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죠.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한국문화를 연구하려 오는 대학생을 많이 유치한다면 전북대가 명실상부한 국제화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