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서울고검장과 한부환 법무연수원장, 김승규 부산고검장이 7일 검찰개혁 문제 등에 대해 `고언'을 남기고 일제히 퇴임했다. 이 고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가진 퇴임식에서 검찰개혁 논란과 관련, "사정의 이념이 파괴나 보복이 아니라 미래의 생산에 지향돼 있듯이 개혁 역시 파괴나 배척 보다는 순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고검장은 "경륜으로 다듬어진 지혜와 젊음의 패기가 융합하는 개혁, 조직내 의사소통이 그 동기가 된 개혁이야 말로 진정한 목표를 이룰 수 있음을 잊어선 안될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의로운 검찰은 가진자의 편도 아니요, 못가진 자의 편도 아니며 오직 실체적 진실과 법의 정신에 헌신하는 검찰"이라며 "그것은 정치.사회적 이슈가 되거나 조직적 범죄사건의 수사를 통해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상의 사건에서 당사자들을 감동시킬때부터 비롯된다"고 말했다. `특수 수사의 산증인'이란 평가를 받는 그는 또 검찰에 근무한 지난 27년간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느꼈던 보람과 고뇌도 털어놨다. 이 고검장은 "무엇보다 지난 95년 전직 대통령들을 단죄하는 5.18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일은 내게 뼈를 깎는 결단이 요구됐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 고검장도 이날 오전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에서 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퇴임식에서 "검찰권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반드시 필요한 국법상 신분보장 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민주정부가이를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말했다. 한 고검장은 또 "시대에 따라 여러가지 상황이 변하더라도 법질서의 확립이라는 법무.검찰의 임무는 국가가 존립하는 한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불법.부당한 외압에 굴하지 말고 좌고우면함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한 성격에 유머감각이 뛰어나 검찰내에서 `재사'로 통하는 한 고검장은 대전고검장이던 작년 9월 검찰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때 특별감찰본부장을 맡아 이용호씨에 대한 검찰내부 비호의혹을 조사하기도 했다. 후배들을 위해 30년 안팎의 검사 생활을 접고 용퇴의 변을 밝힌 이들 고검장의퇴임사는 검찰개혁과 파격인사가 현안으로 떠오른 탓인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 회한이 묻어났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