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부들이 최근 '파격인선' 내용이 담긴 법무부의 검찰 고위간부 인사지침에 반발하면서 '항의성' 건의문을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제출해 파장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선 기준을 담은 지침을 6일 대검에 통보했고 대검 간부들은 즉각 긴급 회의를 가진 뒤 `파격인선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집단건의문을 작성, 김각영 검찰총장을 통해 강 장관에게 전달했던 것. 검찰 일각에서는 파격 인선을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이 조기 진화되지 못할 경우 지난 99년 대전법조비리 사건 직후 잇따라 터진 심재륜 고검장 항명파동, 소장검사들의 `연판장' 사태에 이어 또한번의 `검난(檢亂)'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 인사 지침에는 고검장 승진 대상에 사시 14-16회 4명을 임명하고, 검사장에는 현직 검사장보다 사시 4기수 아래인 22회 출신까지 발탁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선안은 사시 13회 이상 간부들의 전원퇴진과 함께 현직 검사장 상당수의 용퇴를 유도하는 파격적인 안으로 검찰 간부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에 사시 16.17회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는 등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이에 사시 23회인 강 법무장관의 임명과 사시 17회 차관 내정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휩싸였던 검찰은 이번 인선안 통보를 받고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일부 검사들은 "급격한 서열 파괴형 인사는 조직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의 연판장을 돌리자거나 심지어는 `집단사표'를 제출하자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검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검찰이 `반개혁적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이대로 물러서선 안된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법무부의 인선기준이 그대로 관철될 경우 고위 간부들의 대규모 용퇴가 불가피하고, 용퇴를 하지 않으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검찰내 서열이 뒤죽박죽될 것이라는 것이 검사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에 대한 진정한 개혁은 과감한 인적 청산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며 불가피론을 펴기도 했다. 대검 간부들과 서울지검 등의 검사들은 이날 오후 퇴근시간을 전후해 직급에 따라 30-40분씩 인사문제를 둘러싼 회의를 가진 뒤 구체적인 `액션'을 보류한 채 굳은 표정으로 청사를 떠났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