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들에게 갈등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서울시 10대 여자 청소년 전문 상담기관인 '늘푸른여성정보센터'가 지난해 실업계 여고 6곳에서 1천7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담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돈이 가장많이 꼽혔다. 이중 이른바 문제학생으로 분류되는 가출학생의 경우에는 생활비로서 돈이 필요해 PC방 등에서 채팅을 통해 성매매 유혹을 받으면 손쉽게 빠져 들었다. 또 용돈이 풍족한 듯한 일반 재학생의 경우라도 카메라가 내장된 핸드폰, 메이커 옷, 다이어트, 성형수술 등 유행과 외모에 워낙 민감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성매매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센터의 최자운 주임은 그러나 "돈이 우선적인 갈등 문제로 꼽히기는 하지만 그이면에는 가정 문제가 자리잡고 있었다"며 "집안에서의 대화 부재, 부모님의 일방적지시와 명령, 가정폭력 등으로 아이들의 마음 문이 닫힌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인문계와 비교해 열등하다거나 실력이 모자란 것이 아니냐는 실업계에 대한사회적 편견이 소외감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일부 여고생들은 성문제에 있어서 남자 친구 등의 성관계 제의를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과정에서 남녀의 성에 대한 사회극 형식을 통해 ▲상황1: 사귀는 남자 친구가 접근하며 스킨쉽을 하려고한다 ▲상황2: 늦게까지 놀다보니 차가 끊어졌으니 외박하자고 남자친구가 제의한다 ▲상황3: 인터넷 채팅이나 길에서 처음보는 남자들이함께 놀자고 제의한다 등이 설정됐다. 여고생들은 전체적으로 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고 `서로 좋아한다면 스킨쉽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직접적인 남녀관계는 아직 이르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일부는 분위기에 이끌려 남자친구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최주임은 "특히 사이버(http://1318.seoul.go.kr) 상담을 하다보면 남자 친구의성관계 제의를 거부하면 실망하지 않을까, 사이가 벌어지지않을까 걱정하며 이를 받아들인 경우가 꽤 된다"며 "이 경우 거의 99%가 피임도 안해 10대 임신과 낙태라는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담 프로그램 진행중 참가자의 심한 낙태후유증을 발견, 센터의 의료지원사업으로 연계해 치료한 사례도 있었다. 아울러 6차례 정도의 심화 개별상담을 통해 중퇴위기였던 학생이 학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경우도 3건 있었다. 늘푸른 여성정보센터는 올해 실업계 여고뿐 아니라 여자중학교 1곳까지 추가로확대해 약2천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담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담문의는 ☎(02)322-1585.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