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하늘 나라에서 행복하세요."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희생자인 박정순씨(34.여)의 장례식이 열린 26일 오전 대구 영남의료원 영안실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죽음이 뭔지도 잘 모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수미 3남매'는 엄마가 천국에서 행복하기를 기원했다. 엄수미(7.여), 난영양(6.여)과 동규군(4) 등 3남매는 지난해 1월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후 이날 어머니마저 자신들 곁을 떠났으나 티없는 눈으로 영정과 관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어서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들 3남매의 장래를 걱정한 유족 20여명은 통곡을 하며 눈물바다를 이뤄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수미 할머니와 고모 이모들은 영안실에서 영구차로 관이 옮겨지자 부둥켜 안고 "아이들은 어떡하라고…"라며 울부짖었다. 3남매는 할머니가 대성통곡을 하자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이내 곧 또래 친척아이들과 장난을 치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 조문객들의 가슴을 쥐어짰다. 유족들의 오열로 운구 행렬이 한때 10여분 멈추기도 했으나 영구차는 쓸쓸히 경북 영천의 장지로 향했다. 박씨는 신원이 확인 안된 사망자 8명에 대한 유전자 검사에서 가장 먼저 신원이 확인돼 이날 장례식을 치렀다. 박씨는 영천시내 모 학교에서 구내식당 보조원으로 일하다 사고 당일 요리학원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가 변을 당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