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이 마비된 중증 장애인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서울대 약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26일 열린 졸업식에서 4년간 학점평점 3.95를 기록한 약학과 엄한천씨(23)는 최우등 졸업과 함께 약대 동창회장상을 받았다. 엄씨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 91년 갑자기 척수 혈관이 터져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후 3년이 넘도록 치료를 받았으나 마비는 점점 악화돼 중학교 때까지 목발을 짚던 몸이 고교 진학 후에는 휠체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엄씨는 장애인으로서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또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업에 매달렸다. 중학교 때부터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엄씨는 지난 98년 대입수능에서 3백82점이란 높은 점수로 서울대 약대에 합격했지만 대학 입학은 어려움의 끝이 아니었다. 엄씨는 등·하교 때를 비롯 강의실을 옮길 때마다 밖에서 기다리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야 했다. 장애인용 승강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건물 안에서의 이동도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엄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다. 엄씨는 꾸준한 노력과 친구들의 도움에 힘입어 대학 3학년때 미리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는 '특수연구생' 자격을 획득하는 등 4년내내 뛰어난 성적을 유지했고 결국 약대 졸업생 81명 중 세번째 성적으로 최우등 졸업의 영예까지 얻게 됐다. 졸업후 약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엄씨는 "학부 논문 주제였던 신경계 질환에 대해 더욱 깊은 연구를 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