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사고 잔해가 적치된 안심차량기지 야적장에서 희생자 유골로 추정되는 뼛조각과 유류품이 대거 발견돼 참사 현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수습도 엉터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대구시 지하철공사 경찰 검찰 등 관계기관들은 서로 '네탓'만 하고 있어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실종자유가족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경찰 등과 야적장으로 옮겨진 잔해를 뒤지는 과정에서 희생자 유골로 보이는 발목뼈 2점과 손목뼈 1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발견된 뼛조각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실시,희생자 유골인지 여부를 검증할 방침이다. 대구지방경찰청과 국과수도 중앙로 역사에서 수거해 안심기지 야적장에 옮겨 놓은 사고 잔해물에 대한 감식을 벌여 사상자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류품 30여점을 찾아 냈다. 대구경찰청과 국과수는 잔해물이 담긴 마대 20자루에서 30여점을 발견, 앞으로 2백여 자루를 모두 조사할 경우 유류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류품은 부상을 입고 동산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문호영씨(19.구미 임은동)의 운전면허증을 비롯해 주인을 알 수 없는 옷가지, 서류뭉치, 수건, 이불, 도시락 등이다. 안심기지에 방치된 잔해물에서 희생자 유류품과 유골로 보이는 뼛조각까지 발견되자 실종자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망.실종자 가족들은 "사고대책본부가 충분한 현장 확인과정도 없이 물 청소를 하는 등 비상식적인 수습에 나서 귀중한 증거품들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불에 탄 전동차 2대를 월배차량기지로 옮기면서 재로 변한 여러 증거물들이 철로 등에 흩어졌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지하철공사 검찰 경찰 등은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대구시와 지하철공사는 "경찰에서 감식완료 통보를 받고 안전진단을 한 뒤 잔재물을 수거하고 물청소를 했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시가 빨리 복구해야 한다고 해서 이를 받아들였으나 물청소를 하도록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전동차를 옮기고 현장을 정리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면서도 "대구시가 사고 전동차를 옮겨야 한다고 했지만 현장에 있던 검사는 '국과수팀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렸다"고 해명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