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이후 '불의의 참사'에 대비해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온.오프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유언장'을 미리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독가스에 둘러싸여도 3분 이상 산소를 들이마실 수 있는 '산소캔' 등 재해 대비 물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3일 인터넷에 유언장을 보관하는 유언장 은행 사이트 유언장닷컴(www.yoounjang.com)에 따르면 대구 참사 이후 사이트 방문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 사이트 운영자 이성희씨(41)는 "평소 하루 30명선이던 접속자 수가 사고 발생 직후 4천명을 넘어섰다"며 "참사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불시에 죽음이 찾아올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유언장에 관한 관심이 폭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참사 소식을 접하고 아내와 함께 유언장을 작성키로 했다는 회사원 함모씨(34)는 "만약에 대비하자는 취지"라며 "사고가 발생한 당일 저녁에 아이들을 불러놓고 집안의 재산과 보험 등에 대해 설명해 줬다"고 말했다. 각 보험회사 콜센터에는 생명보험과 교통상해보험에 대한 문의 전화가 폭증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사고 이후 자신이 계약한 상품의 보장내역과 보장금액을 묻는 전화가 하루평균 1백50여건에서 2백여건으로 30% 가량 늘었다"며 "보험가입 계약 체결자도 1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한생명 영업기획부 박우현 팀장(40)은 "대형 참사 이후 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해 대비 물품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CJ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산소캔 '네이처 에어 제주삼다맑은공기'가 대표적. 당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도시인들에게 활력을 주기 위한 일상생활 제품이었지만 대구 참사 이후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었다. CJ 관계자는 "대구 사고 희생자의 대부분이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사한 것"이라며 "5ℓ짜리 산소캔으로 3분 이상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매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손전등' '방독면'도 인기다. 아이디어상품 판매업체 타이거 몰(www.tigermall.co.kr) 대표 김영호씨(40)는 "참사 이후 대피용 손전등과 방독면에 대한 문의가 하루 평균 10여건에서 2배로 부쩍 늘었다"며 "일부 업체는 단체로 대피용 손전등을 주문하기도 해 실제 주문량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임모씨(55) "언제 불에 타 죽을지 몰라 가방에 마스크 물수건 손전등을 갖고 다닌다"며 "정부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니 개인이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