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22일 사고 전동차 기관사와 지하철공사 직원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잡고 기관사 등을 상대로 5일째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 공사측의 무선교신 테이프 추가 제출 거부 ▲ 1080호 기관사 최모(39)씨의 경위서에 마스콘 키 관련 내용 누락 ▲ 1080호 전동차 대구역 발차시간과 사령팀의 주의운전 무선통보 시간에 대한 엇갈린 진술 등을 증거인멸 기도 행위로 보고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당일 기관사와 종합사령팀 운전사령 관계자와의 무선 교신테이프도 공사측이 제출한 오전 9시 55분부터 10시 17분까지만 확보하고 이 테이프의 녹취도 공사측이 한 것으로 밝혀져 수사가 너무 무기력하게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사고당일 발화시간인 오전 9시 52분부터 오전 9시 55분 까지의 무선교신 유무와 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대구지하철공사가 창사된 이후의 모든 유.무선 교신 내용을 기록한 마그네틱 테이프 2상자 분량을 압수, 정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1080호 기관사가 사고직후 지하철공사 관계자를 만난 뒤 작성한 사고 경위서에 이번 참사의 결정적 원인이 된 마스콘 키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최씨가 고의로 누락했는지 지하철본부 관계자가 증거인멸 또는 은폐를 위해 빠뜨렸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1080호 기관사가 중앙로역 직전역인 대구역을 출발하기 전에 사령팀으로부터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났다'고 주의운전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지하철공사측은 이 열차의 대구역 발차 후 주의운전을 통보했다고 밝힌 점도 각자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진술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관사와 사령팀 직원들의 진술에 석연찮은 점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이 과실을 정당한 것으로 주장하거나 본인이나 동료의 책임을 덜기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는지에 대해 중점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무기력 비판 (대구=연합뉴스)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