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동안 가슴에 묻어뒀던 혈육의 정을 나누기에 2박3일은 너무나 짧았다. 금강산에서 열린 제6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 가족들을 만난 남측의 가족.친척 461명은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기약없는 생이별에 울고 또 울었다. 22일 남측 상봉단(단장 이세웅.李世雄 한적 부총재)은 지난 20일부터 3일 동안의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동해선 임시도로를 통해 육로로 귀환했다. 이날부터 25일까지 남측 가족이 상봉을 신청한 북측 가족 200여명이 금강산 온정각과 호텔 해금강 등 같은 장소에서 상봉행사를 갖는다. 22일 오전 온정각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남과 북의 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오열했다. 메마른 줄 알았던 눈물과 가슴에 품고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리움은 어머니, 아내, 형과 동생의 생생한 모습을 보고 북받쳐 올랐고 헤어짐이 믿기지 않는 듯 얼굴을 매만지고 꼭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북측의 리대인(80)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상봉장을 찾지 못한 남측의 아내 우종필(77)씨에게 취재나온 방송을 통해 영상 메시지를 보낸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리씨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당신 왜 오지 않았소. 나는 설사할까봐 밥도 조금먹고 몸을 관리했는데 어쩌자고 건강 관리를 못해 반가운 이 자리에 오지 못했는가"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리씨는 "보고 싶소. 여보 종필이. 꼭 기다리라우, 난 앞으로 10년은 살수 있어.당신도 10년 살란 말이야"라며 재회를 다짐했다. 이날 상봉장에서 남측의 동갑내기 부인 이임노씨와 마지막 상봉을 한 북측의 김경수(77)씨는 "어떻게 고생하면서 애들을 키웠느냐. 그래도 생각보다는 좋아 보인다"며 이별을 아쉬워하는 아내의 손을 놓치지 못했다. 이에 이씨는 "당신의 마음만 갖고 가게 됐다" 며 "이산가족은 찾았는데 이제 통일을 찾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작별시간이 다가오자 부인을 끌어안고 입맞춤을 했다. 남측의 어머니 장수천(97)씨를 만난 북측의 딸 량영애(71)씨는 통일을 기원하는노래 구절을 읊으며 어머니를 위로했지만 장씨는 생이별이 믿기지 않는 듯 눈물만닦았다. 북측의 임동규씨는 떠나면서 휠체어에 탄 어머니 김금남(96)씨에게 상봉장에서큰 절을 올린 뒤 어머니를 껴안았다. 남측 상봉단은 이날 오후 버스 25대를 나눠타고 북측 고성항을 출발해 비무장지대를 거쳐 속초 한화콘도에 도착한 뒤 해산했다. (금강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