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의혹 등에 대한 검찰수사가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사실상 종착역에 진입한 모양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지검에 출두한 최 회장은 22일 새벽 2시까지 이어진 검찰의 고강도 조사에서 그룹 지배권 확보를 위해 비상장인 자신의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C&C가 보유중이던 지주회사 SK㈜ 주식을 부당하게 맞교환한 혐의 등을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주식 맞교환 혐의에 대해 최 회장은 `그 당시(2002년 3월)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받았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고, JP모건과 이면계약 체결은 그룹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으나 거의 (혐의 내용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이례적으로 영장실질심사를 청구하지 않아 이날 오후쯤이면 법원의 영장발부 여부가 결정날 예정이다. 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지난 17일 SK그룹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만 남게 된다. 검찰은 최 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창근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SK그룹 계열사 경영진 7-8명에 대해 금명간 사법처리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그간의 소환조사 등으로 대부분 끝나 기소대상자 선별 등만이 남아있는 상태로, 검찰은 일단 이들을 불구속수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 수사의 조기종결을 서두르고 있는 정황은 여러곳에서 감지된다. 이런 점에서 SK그룹 차원의 비자금 장부가 확보됐다는 소문을 검찰이 부인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수사팀 관계자는 "혹시나 해서 선혜원(SK연수원) 압수물을 꺼내놓고 확인해봤으나 없었다"고 말했다. JP모건과 이면거래 과정에서 나타난 SK글로벌의 분식회계나 SK그룹이 정부의 상호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SK글로벌 소유의 SK㈜ 지분 1천만주를 해외에 예치놓은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은 "지엽적인 문제"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번 SK그룹 수사를 통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재계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남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혐의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최 회장에게 적용됐다는 점은 향후 유사행위가 재발될 경우 엄중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최 회장의 개인 비리에 대한 단죄"라고 누누히 언급해온 점으로 미뤄 이번 수사가 재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당장은 다른 그룹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